고현정의 '쪽'을 읽으며 퇴근했다.
일터의 도서실에서 우연히 '씨네21' 과월호를 읽게 되었다.
그러다가 만난 고현정의 '쪽'이라는 시리즈기사...
내가 읽은 것은 동양학자로 유명한 조용헌님과의 만남에 대한 기사였다.
동양철학, 풍수, 사주명리학, 대체의학 등에 정통한 조용헌님을
나는 '조용헌의 명문가'와 '백가기행'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명리학에 해박한 그의 지식이 놀라웠고,
나중에는 명리학으로 삶의 모든 부분이 설명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했다.
심지어 식성과 성격, 미래까지도 사주로 짚어내는 것을 보고
한번 그 공부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사주 공부에 나도 뛰어들고 싶더라는...
그의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것이,
동양철학이 참으로 기독교적이라는 것이다.
동양철학이라 하면 참으로 고리타분하고 구시대적이고 남성중심적일 것 같지만
그의 입에서 해석되어 나오는 동양철학 이야기를 읽노라면
교회에서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 것 같을 때가 많았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의 그의 말 둘을 옮겨본다.
"종교에 상관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현재 나의 절실한 물음이 뭔지 무의식에 물으면 자기의 무의식이 답해줘요. 인간의 내면에는 아메바 시절부터 수백만 년 진화해오며 축적된 무수한 경험이 있거든요. 안 물으면 답이 안 나와요. 간디도 금요일은 아무도 안 만나고 혼자 있었습니다. 물레질도 생각이 복잡하니까 한 거에요."
"남을 많이 만나면 기가 소모돼 내부가 텅 비고 불안 증세가 와요. 제 판단이 옳은지 확신을 못 하는데 그렇다 해서 잘 판단해 줄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죠. 친구들에게 토로해봤자 고공에서 내려다봐야 보이는 문제들이 있어서 상의가 소용없는 경우도 많죠. 공연히 보안만 새고..."
절실한 물음은 스스로에게 해야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걸 위해서 기도가 중요하다는 것...
남과의 만남은 결국 허무할 뿐이라는 것...
딱 내 생각과 같아서 눈길이 오래 머문 부분이었다.
말 많이 하면 마음이 더 허전한 게 다 이유가 있구나 싶기도 하고,
결국 오록이 혼자 있어야 채워지는 것이 마음인가 싶기도 했다.
그의 책 중에서 '방외지사'라는 책을 얼른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삐딱하나 열정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나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책인 것 같다.
과월호 잡지를 가지고 뭔가 만드는 활동을 하다가 발견한 기사라
기사가 있는 네 장만 죽 찢어두었다가 퇴근하면서야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차 타고 있는 동안 읽다 보니 흥미있어졌고,
찬찬히 읽으려고 하다보니 갈아타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냥 이 자리에 서서 끝까지 다 읽고 갈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마음을 끄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조용헌님의 말이나 고현정씨의 말이나...
집에 와서 고현정의 '쪽'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배두나, 타블로 등을 인터뷰한 기사도 있었다.
그런데 조용헌님의 인터뷰 기사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그럼 역시 오늘 나를 끈 것은 고현정씨가 아니라 조용헌님의 힘인가...
곱씹어가며 아껴가며 읽다 보니 겨우 네 장짜리 기사도 아직 끝까지 읽지 못했다.
오늘 내로 다 읽고 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