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가고 싶은 곳

블랙커피원샷 2014. 11. 17. 22:16

지난 겨울부터 문득문득 가고 싶은 곳.

지리산과 제주도...

지리산은 겹겹으로 펼쳐지는 산병풍을 직접 보고 싶어서

가고 싶은 곳이고,

제주도는 물릴 때까지 걸어다니면서 바다와 한라산을 보고 싶어서

가고 싶은 곳이다.

집 밖에서 자는 일을 꺼리는지라 웬만한 여행은 늘 당일치기로 가는데,

지리산만큼은 석양이 배경으로 펼쳐지는 산병풍도 보고 싶어서

거기서 하룻밤 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침에 깨어서 들이마실 찹찹하고 싸한 겨울 공기도 상쾌할 것 같다.

제주도 역시 돌아올 비행기표를 구해놓지 않은 상태로

질릴 때까지 걸어서 여행하고 싶은 곳이니,

하룻밤이 아니라 며칠 밤이라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가고 싶다는 이 마음이

일상에 지친 마음의 호소인지, 고달픈 현실을 피해 달아나려는 마음의 발로인지 모르겠지만

이 가고 싶다는 마음의 끝에는 늘 저 두 곳이 자리하고 있다.

오래 고민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정면돌파하여 끝을 보는 성격상,

아마 떠나기만 하면 낯선 곳에서의 잠자리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꼼짝 마'이다, 적어도 올해에는 그렇다.

어찌 되었건 방학이 되어야 짬이 날 텐데,

그 방학을 하는 게 12월말이니 그 동안은 그저 마음 속으로 가고 싶다를 외칠 수밖에...

이러다가 막상 방학이 되면

'다 귀찮아!' 이러면서 집에서 마냥 뒹굴거리다가 새 학기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그러면 또 어떠리, 잘 쉬었으면 된 거지.' 하는 게

내 마음에서 들려오는 또 하나의 소리이기도 하지만...

회색빛 서울 하늘,

길다란 사각 건물들,

빠르게 오가는 많은 차,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줄 모르는 사람들.

이 모든 게 파삭파삭하게 느껴진다.

뭔가 촉촉하고 부드러운 풍경을 보고 싶다.

가고 싶다는 마음의 밑바닥에는 이런 마음이 자리하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