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느슨한 1월

블랙커피원샷 2015. 1. 13. 01:23

방학을 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휴대전화의 아침 알람을 끄는 것이었다.

평소 아침 알람이라고 해 봐야 휴대전화에 30분 간격으로 설정해 놓은 것뿐이었는데,

그나마도

알람 소리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그, 등 떠밀리는 기분이 싫어서

대부분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먼저 일어나는 이 성질머리...때문에

알람을 끄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버튼 몇 번 누르면 되는 일이니.

그런데...

'삭제하시겠습니까?' 하는 물음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네'를 누르고 나자

어찌나 속이 시원한지...

마치

정말 싫어하는 사람의 "나 싫어?" 하는 물음에

두 눈 똑바로 보며 0.0000000000001초도 안 되어

"응!"하고 대답한 기분...

통쾌했다.

그 이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늦은 아침, 늦은 점심, 그리고 저녁식사도 늦게...

밖에 나갈 일은 한 날에 몰아서...

도서관에서 책도 양껏 빌려다 놓았고...

하루 걸러 하나씩 영화도 보고 있다.

시간에 쫓겨, 일에 쫓겨 평소에 하지 못 했던 것들을 하고 있는 셈...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가질 수 없는 시간이니 맘껏 누리자는 마음도 있고,

평소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사니

방학 동안 스스로에게 이 정도 선물은 해도 된다는 마음도 있다.

당당한 건지, 뻔뻔한 건지 모르겠지만...ㅎㅎㅎ

아무리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려 해도 잘 보이지 않는 미래 때문에

오늘의 즐거움을 저당 잡히지 말자는 거다.

왜냐면, 오늘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날마다 무얼 하려고 애쓰지 말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내려고도 말고,

그저 하루를 내가 원하는 대로 보내자는 것.

그게 벌써 열흘이 넘어가고 있다.

한동안 관심 없어 하던 드라마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힐러'...

등장인물의 성격도 비슷하고, 전반적인 사건 전개도 비슷하고,

무엇보다도 박민영이 나와서 더 '씨티헌터'와 비슷한 드라마.

그래서 내용 전개에는 별 기대가 없지만,

그런데 '서정후'의 '아줌마'에게 너무 관심이 가서

끝까지 보고 싶어졌다.

드라마의 러브라인은 '서정후'와 '채영신'인데...

물론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오갈 때 마음이 간질간질한 것도 재미있지만,

그보다는 '서정후'가 '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눌 때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달라지는 '서정후'의 심리 변화를 읽는 것도 재미있고,

김밥, 뜨개질, 알록달록한 양말, 빗자루 같은 머리 등등

'아줌마'와 연관된 볼거리도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 둘은 알고 있을까, 자기들이 서로 마음을 의지하고 있는 관계라는 것...?

'서정후'에게 '아줌마'가 엄마 같은 존재라는 것, 당사자인 그들도 모를 것 같은데...

과연 그 드라마가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끝까지 설레며 본 '신의'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 끝까지 보려고 한다,

송지나 작가라서 보는 게 아니라...

이윤정 PD가 회사를 옮긴 후 첫 작품이라는 '하트 투 하트'에도 관심이 간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보건대 최소한

디테일한 심리 묘사와 마이너한 배경음악에서는 실망 시키지 않을 것이다.

등장하는 배우는 최강희 빼고는 뭐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배우에 대한 호감으로 보자면,

소년스러우면서도 진지할 때는 그 깊은 눈이 더 그윽해지는 지창욱이...^^

어쨌든

느슨하게... 잘 놀아보자,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