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았다.
이번 주 월요일, 아이가 개학을 했다.
그 덕분에 내 마음의 개학도 한 셈.
여전히 새벽 2-3시가 되어야 졸리지만 월요일부터 다시 아침 6시에 일어나고 있다.
개학했으니까...
이번 겨울부터 밥을 아무리 많이 해도 딱 하루밖에 못 간다.
어느 순간 그 사실을 발견한 아이가 이유를 물어왔다.
전에는 이틀에 한번 꼴로 하더니 요즘은 왜 밥을 만날 하냐고...
이유가 뭐겠어, 우리가 많이 먹으니까 그렇지...ㅎㅎㅎ
쌀이 푹푹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인다.
하지만 기분이 좋다,
그 만큼 아이가 쑥쑥 크고 있다는 생각에...
6시에 일어나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습관처럼 밥을 안치고 세수를 하고
커피를 마시면 압력솥의 추가 돌 때쯤 정신도 든다.
벌써 몇 년째 이어지는 일상인데도 6시에 일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오늘은 목도 말라 아침부터 드립퍼에 커피를 내려 연거푸 세 잔을 마셨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쿠~다...@@ 어쩌려구...ㅠㅠ
작년까지는 방학하면 어딘가 아이와 돌아다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바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번 방학은 그 생각을 내려놓았다, 놀러가고 싶었을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숙제하듯 어딘가로 가는 건 진정한 여행이 아니니 내게 휴식이 아닐 뿐더러
내 마음이 그러면 그것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는 생각에
집에서 아이와 빈둥거렸다.
나는 주일에 교회 가는 것빼고는 문 밖에 나가보지도 않는 일주일을 보냈다.
그런 생활이 참 좋았다, 저절로 '감사합니다'하는 화살기도가 나올 만큼.
그 덕분에 케이블TV와 컴퓨터로 아이와 영화도 많이 보고 바느질도 많이 하고,
아이는 책도 많이 읽고 혼자 공부하고 있는 중학수학도 진도를 많이 나갔다.
참으로 알찬 방학을 보낸 셈...ㅎㅎㅎ
아이의 개학으로 나의 집콕 생활도 끝이 나나 보다.
어제 하나로마트로, 시장으로 다니며 먹을거리를 한가득 사 왔다.
그 동안 농담처럼 '하도 안 썼더니 다리가 퇴화 되나 봐' 할 정도로 집안에서만 생활하다가
어제 오랜만에 바깥을 돌아다니니
다시 다리에 근육이 붙는 게 느껴진다.
다음 주에 개학하면 다시 단단한 다리가 될 것이다...ㅎㅎㅎ
오늘은 커피 세 잔으로 정신 번쩍 난 김에 아침부터 거하게 세탁기를 돌렸다.
이 시간 거실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나만 누리기는 아까우니까
빨래에게도 혜택을...
설거지에 청소까지 벌써 끝냈으니, 아침 일찍 정신 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다시 6시부터 시작되는 일상으로 돌아와서 힘드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아니란다.
그 동안 푹 쉬었으니까... 잘 놀았으니까...
그러면서 비축된 에너지로 올 한 해도 열심히 살아야지~
아, 자~알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