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3차례 멘붕 끝에 해결~

블랙커피원샷 2015. 1. 30. 23:57

아이 공부방 형광등이 안 들어온 지 두 달쯤 된 것 같다.

형광등을 바꿔 끼워보았는데도 안 켜지는 걸 보니

형광등기구 자체를 바꾸어야 할 것 같았다.

침실의 큰 형광등기구를 바꾸어 달아본 경험이 있기에 할 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당장은 내 일이 바빠 기구를 주문하고 어쩌고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급한 대로 아이가 공부할 때에는 스탠드를 켜고 하도록 하고 나니

주문하고자 하는 의지는 저기 먼 안드로메다로...ㅠㅠ

내가 불편하면 다른 일을 다 미루고 아마 당장 주문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엄마에 대한 불평 제로라는 점을 악용하는

이기적이고 게으른 나...

내가 개학이 코 앞에 닥치고 보니 이 일부터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없는 것 없는 인터넷 시장에서 형광등기구를 주문했다.

그리고 형광등기구가 도착했다.

여기서 멘붕이 시작되었다...ㅠㅠ

 

기존의 형광등기구를 떼어내고 보니 천정이 석고보드다.

기존의 형광등기구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드라이버로 돌리지 않았는데도 석고용나사가 그냥 쑥 빠졌는데,

헉... 구멍 크기가 일반 나사구멍이 아니다, 뻥 뚫린 것이...

내가 인터넷 세상에서 공부한 결과,

석고보드 천정은 안쪽에 지지대인 목재가 있어야 거기에 브라켓의 나사를 박아 등을 고정하는데,

여기는 전선이 나온 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어 360도를 돌려봐도 목재가 잡히지 않는다.

헉... 목재 지지대 없이 석고보드 천정을 시공했단 말이야...

아무리 방이 작아도 이런 부실시공을 하다니...

여기서 1차 멘붕이 왔다...ㅠㅠ

 

목재가 안에 있어야 석고앙카건 뭐건 이용해서 나사를 박을 것 아닌가...

게다가 기존의 나사구멍은 또 얼마나 큰지...

내가 믿고 있는 것은 인터넷 세상뿐.

안에 목재를 넣을 수는 없고, 가능한 조건 속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폭풍 검색을 했다.

그 결과 어찌어찌해서 구멍을 막고 거기에 형광등기구의 브라켓을 고정하는 것에 성공~

이 과정에서 진이 너무 빠졌다...ㅠㅠ

그러나 공부는 많이 했다.

석고보드에 못을 박는 방법뿐 아니라

콘크리트, 타일 등 여러 벽에 못 박는 방법도 다 알게 되었으니...

브라켓을 달았으니 이제 형광등기구를 달아야지.

그런데 한쪽 나사에 너트가 헛돈다.

그래서 형광등기구가 고정되지 않는다.

여기서 2차 멘붕...ㅠㅠ

 

나의 천하무적 잔머리를 동원하여 또 어찌어찌해서 너트도 간신히 고정시켰다,

얼마나 버틸지 불안하긴 했지만...

형광등도 새 것으로 끼웠다.

이제 스위치를 켜면 환하게 불이 들어와야 되는데...

안 들어온다... 3차 멘붕...ㅠㅠ

이 때가 이미 저녁 때라 멘붕 해결은 다음날로 미루었다, 찜찜하기는 하지만...

 

뭐가 문제일까.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 어제의 멘붕 상황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전선이 잘 연결되지 않았나 싶어서 어찌어찌 고정시킨 너트를 다시 풀었다, 흑...

전선은 잘 연결되어 있었다...으...

다시 형광등기구 고정하고, 너트도 다시 어찌어찌해서 고정하고...

다시 인터넷 세상을 뒤졌다.

형광등기구에 문제가 없는데 불이 안 들어오는 것이면 스위치가 문제인 것 같아

그 부분에 대해 폭풍 검색...

공부 결과, 스위치가 접촉불량이면 그럴 수 있단다. 역시~

그 방 스위치가 이사올 때부터 on/off 눌러지는 정도가 완전하지 않기는 했다.

스위치도 방법만 익히면 아무나 교체할 수 있다는데, 나는 이미 진을 너무 많이 뺐다.

공부해서 스위치를 내가 직접 교체했는데도 또 불이 안 들어오면

그때는 정말 폭발해 버릴 지도...

그래서 이제는 전기기사를 부르기로 했다.

나는 할 만큼 했으니까...

게다가 오늘 내로 해결하지 않으면 또 무한정 미루어 버릴 것만 같았다.

 

일단 경비아저씨께 여기 아파트에 자주 오는 전기기사님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면 아무래도 여기의 벽체 상태나 구조, 배선에 대해 잘 알 테니까.

다행히 여기 아파트 단골 기사님에게 경비아저씨가 직접 전화까지 해 주었다.

방문해서 형광등기구를 다시 뜯어 천정의 전선을 장비로 확인한 기사님 왈,

전기가 오지 않는단다.

역시 스위치에 문제가 있다는 말씀~

아까 전화할 때,

형광등기구랑 형광등을 새 것으로 다 끼웠는데도 불이 안 들어온다,

스위치가 접촉불량인 것 같다

하면서 구구절절 설명했기에 새 스위치를 가지고 오셨다.

형광등기구 다시 부착하고 스위치를 새 것으로 바꾸고 나니 불이 들어온다!!!

아이고, 이게 얼마만이냐...

기사님 온 김에

덜렁거리는 것 간신히 붙여놓았던 침실의 스위치도 새 것으로 바꾸었다.

어차피 출장비 드릴 것이니 이번에 다 해결하려고...

인터넷 세상의 검색 결과, 이런 류의 출장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던데,

기사분이 딱 중간치를 부르셔서 돈 드릴 때의 기분도 좋았다.

적어도 바가지를 쓰지는 않은 것 같아서...

기사님이 너무 젊은 사람이었거나

지나치게 떠벌이며 말이 많은 사람이었거나

내가 봐달라는 것 외에 다른 수입 될 만한 것을 더 고치라 했으면

믿을 수 없었을 텐데,

이분은 스위치 두 개 값을 빼면 나도 기분 좋게 낼 만한 금액의 출장비를 말씀하셔서

믿음이 갔다.

-스위치 값은 이미 알고 있었음. 그 동안 인터넷 세상을 얼마나 뒤져보았으면...ㅠㅠ-

다음에 다른 등도 다 여기서 교체하겠다며 명함도 받아놓았을 정도...

 

아이 공부방에 형광등이 켜진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지 오며가며 몇 번씩 스위치 눌러보고,

아, 속 시워~ㄴ하다~~~ 소리도 몇 번 지르고...

빨리 해결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아이에게 이야기도 했다.

스위치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어,

역시 돈이 좋구나

하는 말은 혼자 중얼거렸다...ㅎㅎㅎ

어쨌든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삶과 생활의 문제가 다 이렇게 어떻게든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엔 변수가 너무 많은가.

흠... 다 미뤄놓고-또!!!- 일단 오늘은 기분 좋게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