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열고 맞이하는 토요일 오전.
새벽까지만 해도 바람이 바깥 창을 덜컹이게 하더니
늦은 아침 일어나 보니 창쪽이 훤하다.
맑아졌구나...
어제는 유난히 더 피곤한 하루였다...ㅠㅠ
역시 나의 피로의 원인은 말의 양에 있는 것 같다.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한 날은 유난히 더 피로하다.
수다쟁이가 되고 싶지도 않고,
쓸데없는 말 많이 해 봐야 득 될 것도 없어서
되도록 필요한 말만 하고 주로 대답만 하고 사는 편인데,
어제는 교생OT가 있어서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거의 한 시간여를 혼자 떠들고 나니 편두통이 밀려왔다.
으... 한동안 괜찮았는데...
밀린 일까지 해결해 놓고 늦게 퇴근하는 길, 졸리기까지.
긴장이 풀린 건지, 버틸 수 있는 한계치에 다다른 건지...
자리에 누우면 바로 잠들 것 같아 서둘러 저녁을 먹고 머리를 감았다.
빨래를 해서 널어놓고 자야 해서 세탁기가 웅웅거리며 열심히 일하는 동안
커피도 마셨다. 그러나...
그러면 뭘해, 잠깐만 누웠다 일어나자 해서 누웠다가
바로 잠든 모양이다.
새벽 5시에 다시 눈 뜨기 전까지
세탁기가 빨래 다 했다고 띵동거리며 알리는 소리를 들은 기억,
켜 놓은 TV를 끄려는 아이에게 "내가 끌게" 말했던 기억,
주방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뭐 먹어?" 말하면서 시계를 봤더니
자정쯤이이어서 '아... 일어나서 빨래 널어야 하는데...' 하다가 다시 잠든 기억 등이
사진처럼 찰칵 찰칵 남아있을 뿐이었다.
새벽 5시의 바깥은
어둠 속에 해가 이제 막 뜨려고
하늘 저 구석에서부터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창은 덜컹덜컹... 바람이 제법 부는 모양이었다.
비가 오나 싶어서 어둠 속을 한참 주시했으나 빗방울이 보이지는 않았다.
빨래에 주름이 잔뜩 잡혀있겠구나 걱정하면서 세탁기에 가 봤는데,
다행히 염려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잠은 조금 덜 깼지만, 기절하듯 달게 잔 덕분에 몸은 가벼워졌다.
세탁기 가득이었던 빨래를 다 널고는 사부작거리며 집안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그제서야...
치우지 못한 주방도 좀 정리해 놓고,
책을 보다 잠든 아이 방의 불도 끄고,
내가 자던 곳의 불도 껐다.
창 밖은 점점 더 훤해져오고, 이미 아침이 되어버린 것 같아
잠이 다시 올 것 같지 않아 TV를 켰다.
그런데 다시 눈을 떠 보니 더 훤한 아침이었다는 것...
커피를 내려 늦은 아침을 먹고, 마저 해결해야 할 집안일을 하나씩 하고 있다.
바깥은 바람도 없이 화창함 그 자체다.
봄이구나...
창을 열고 봄기운을 맞아들이는 토요일 오전...
평화로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