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나누기 어려운 이유

블랙커피원샷 2015. 12. 7. 19:02

  집 근처 전철역 앞 횡단보도 옆에 삶은 옥수수와 붕어빵을 파는 작은 가게가 있다. 말이 가게지, 거의 노점이다시피 한 곳인데, 퇴근길도 출근길못지 않게 바쁘기만 한 나는 늘 그 앞을 그냥 지나쳐 왔었다. 그러다가 오늘 그 가게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는데, 하필이면 오늘 붕어빵 반죽이 질어 익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린단다. 그래도 이왕 사기로 한 것이니까 기다렸다가 사 왔다. 10개 샀는데 붕어빵이 눌린다고 두 봉지에 나누어 담아주셨다. 뜨끈뜨끈한 두 봉지를 안고 걸어오는 길. 걷다보니 마음도 따뜻해진 건지, 평소에 나지 않던 용기가 생겼다. 한 봉지는 아파트 경비아저씨께 드리고 싶어진 것. 정말 용기다. 이 아파트에 산 지 3년째지만 수줍어서 경비아저씨께 말다운 말을 먼저 걸어본 적이 없었다. 일에 대한 내 추진력을 아는 이가 들으면 믿지 못할 이야기겠지만... 정말 수줍어서 그랬다. 너무 하찮은 것이라 안 드리는 게 나을라나, 추운 날이니 따뜻해서 좋아하실지도 몰라, 두 가지 생각에 갈팡질팡하다 보니 어느 새 다 왔다.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며 보니 마침 경비실에 계신다. 이거 붕어빵인데요, 오다가 따뜻해서 샀는데 많아서요...하면서 눈도 못 마주치고 얼른 드리고 나왔다. 고맙다는 말씀을 들으니 용기 내길 잘 했다 싶다.

  아이의 서울대 과학영재원 전형 과정 동안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정보에 목말랐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내가 필요한 정보는 얻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 생각이, 최종합격하고나면 전형 과정에서 배우고 얻은 정보-바로 내가 필요로 했던 그 정보-를 나누어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영재원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가입했던 까페에 일단 서류전형 준비한 과정에 대한 글을 올렸었는데, 엄청난 조회수가 나왔다. 댓글수도 세 자리... 일종의 재능기부라고 생각하고 올린 글이어서 댓글에 답글도 성의있게 달았었는데, 사람들이 면접전형에 대한 후기도 기다리더라는... 그래서 주말에 시간 내서 면접전형 준비한 과정에 대한 글도 올렸는데, 그러면서 든 생각이, 내가 혹시 나의 의를 나타내기 위해 이런 일을 한 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는 이만한 능력이 되고, 이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한번 그런 생각이 들자 부끄러워졌다. 내가 올린 글들을 읽는 사람들은 상세한 정보를 올려주어서 고맙다고,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그저 내가 올린 글들을 지우고만 싶어졌다...ㅠㅠ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으니 내가 선의에서 공개한 정보가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글 내용 중에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한 경험을 객관적으로 쓴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며칠 있다가 지우겠다고 덧붙여놓았다. 정보를 얻고자 하는 간절함과 의지가 있는 사람은 그 전에 자기가 필요한 부분을 메모해 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 노력도 하기 귀찮은 사람에게는 나도 정보를 무한정 나누어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래저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진심이 진심 그대로 전달되지만은 않는다는 현실을 이미 알기 때문이기도하고,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내 체면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이 어떠할지가 제일 신경 쓰인다. 하지만 나의 진심을 하나님은 아실 테니까 나는 그 분만 알아주면 그걸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