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다녀오는 길인데, 저절로 벚꽃축제 다녀온 셈
3일째 약을 먹고 있는데도 증상에 딱히 변화가 없다.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다시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아 집을 나섰다. 이 화창한 휴일에 가야 할 곳이 병원이라니...ㅠㅠ 집을 나서니 밖은 완연한 봄이다. 기온을 봐서는 여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따뜻하다.
가끔 휴일이면 저기서 저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측량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화려한 벚꽃길을 보며 작업해서 좋겠다고 해야 할지, 이렇게 휴일에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작업해야 해서 안 되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완연한 봄날 오전인데...
늘 이맘때 여기서 전철역을 바라보면 자연과 인공물의 조화가 신기하다. 부조화인 것 같기도 한데, 화려한 벚꽃터널은 주변의 모든 것을 다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신비로운 마술을 발휘한다.
벚꽃터널의 건너편 길은 이런 풍경... 저 쪽의 길이 벚꽃터널인데 비해 이곳의 길은 벚꽃과 개나리가 아래위로 반반씩 나눠 봄 풍경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쪽도 육교에서 내려오는 길을 보면 이렇게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충분히 아름다운데, 이 벚꽃이 다 지고 나면 버찌가 잔뜩 열렸다가 떨어져 핏빛 바닥을 만든다는 게 함정...
집 근처의 단독주택에 매실나무와 살구나무가 있다. 살구나무도 꽃이 참 예쁘던데, 이 집에 벚나무도 있다는 것을 오늘 새삼 알았다. 봄 햇살 아래 참으로 고왔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은 늘 느릿느릿 걷게 된다. 한 주 동안 '안 아프다... 안 아프다...' 세뇌하며 살다가 이렇게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을 만나고 나면 내가 아프다는 것을 현실로 깨닫게 된다. 기운이 없고 현기증도 살짝 있더니, 열이 있단다. 열이 나도 모르는 이 미련함...ㅠㅠ 다시 3일분의 약을 받아오며 조금이라도 기운을 내 보려고 약보다도 먼저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안그래도 아픈 내내 입이 쓴데, 쓴 커피를 마셨더니 커피 맛을 모르겠더라는... 평소에는 그 고소한 쓴 맛을 좋아했는데... 단 것을 먹고 싶어서 집에 오자마자 조리퐁을 먹었다. 내가 조리퐁 먹는 법은 저렇게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
모처럼 쉴 수 있는 토요일인데 집에만 있어야 하다니...ㅠㅠ 할 일이 많아 어디 나가도 마음 편히 즐길 수 없을 것 같아 차라리 다행이다 싶긴 한데, 오후에라도 아이와 벚꽃터널에는 한번 다녀와야겠다. 여의도보다 더 화려한데 인파에 치일 염려는 없는 우리 동네 벚꽃터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