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최대 국경일의 마무리
어제는 아이의 생일이었다. 우리 집 최대의 국경일이었다. 거의 하루종일 서울대 영재원 수업이 있는 날이라 딱히 다른 계획을 세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저녁은 빕스에서 먹자고 계획했었다. 동네 빕스는 진작에 없어져서 서울대입구 근처의 빕스에 갔더니 토요일 저녁이라 대기시간이 90분이란다, 30분도 아니고 90분...@@;;; 아이의 아쉬워 하는 표정이라니...ㅠㅠ 다행히 아이가 지나오면서 서울대입구 근처에서 본 초밥 뷔페가 있다고 해서 거기로 갔다. 많이 붐빌 시간 전이었는지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자, 그러면 허리띠를 풀어놔 볼까~^^
저 사진은 먹다가 정신 차려서 중간에 잠깐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초밥, 롤 뷔페답게 초밥과 롤이 다양한 종류가 있었고, 고기류나 다른 것들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있었다. 나는 과일이 다양하게 있었던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에스프레소가 맛없었던 것이 흠...? 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더블샷으로 두 번 마셨다.
아이는 초밥을 좋아하지만 그리 많이 먹지는 않는다. 이런 뷔페에 오기에는 본전 생각나게 하는 스타일이다. 반면에 나는... 회를 좋아해서 회가 들어간 것은 정말 많이 먹는 스타일이다. 회가 괜찮은 뷔페에 가면 회와 과일만 꽉꽉 채워 먹는 사람. 여기는 초밥을 요리사들이 직접 현장에서 손으로 만들어서 내놓는다. 그러니 구미가 더 당길 수밖에... 저런 내용물을 담은 접시를 몇 개나 해치웠는지 차마 내 입으로 말할 수 없다. 아이 말대로 '리미트 해제 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이상하게도 먹어도 금방 배가 부르지 않았다. 마치 밑 없는 항아리에 계속 물 붓는 것 같은 느낌...? ㅎㅎㅎ
그렇게 먹고 플레인 요쿠르트에 라즈베리와 아몬드 슬라이스 듬뿍 넣고 패션플루츠 긁어넣어 두 그릇, 사과와 자몽, 포도 가득 담아 두 번, 리치와 람부탄은 싱싱하지 않아 오늘은 한 접시로 끝. 아, 아쉽다, 나, 리치킬러인데...
사실 그렇게 아구아구 먹은 이유가 있긴 했다. 어제 서울대학교에서 나오면서 기숙사를 보러 갔다가 길을 잘못 생각해서 그대로 죽 후문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교수용 주택단지가 나올 때만 해도 뭐가 문제였는지를 몰랐다. 과학전시관이 나오고서야 허걱 했다는...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걸은 건지... 그리고 도대체 얼마를 걸은 건지...ㅠㅠ 졸지에 주말트레킹을 한 셈이 되어 버릴 정도로 많이 걸었다. 아이 말대로 볼거리가 풍성했으니 다리 좀 아픈 것쯤이야 감수할 만했지만... 그러니 음식점에 들어설 때쯤에는 그릇도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허기가 져서...ㅎㅎㅎ 음식점을 나서자 그제서야 배 부른 게 느껴지더라는...
생일이니 미역국은 끓여주어야 하겠다 싶어서 금요일 저녁에 쇠고기 많이 넣어 미역국 끓여서 금요일 저녁에도 먹이고 토요일 아침에도 먹였다. 아이야 항상 나의 0순위니 태어나 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 것도 고마운데, 자기 할 일 알아서 성실하게 하고 잘 하기까지 하니 더 고맙기만 하다. 항상 더 잘 해주지 못해 미안하기만 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늘 기도한다, 한계 없이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다 해 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그 기도만큼은 정말 100% 다 들어주시면 좋겠다. 순도 100%짜리 기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