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정말 모레가 시험인데 아이 휴대폰 바꿔주다!

블랙커피원샷 2016. 4. 25. 18:31

아이 휴대폰...

명색이 스마트폰인데 전혀 스마트폰스럽게 생기지 않았더랬다.

약정 기간 내에 물에 두 번인가 빠졌었고,

두 번째 물에 빠졌을 때 AS를 받고 부활한 전력이 있다.

아이가 인터넷 중독도 아니고,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카톡, 페북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그런 휴대폰으로도 3년 넘게 잘 써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스스로 전원이 꺼졌다 켜졌다 하더니

엊그제 영영 켜지지 않았다.

잭이 고장난 건지 충전도 불가능.

그래서

정말 모레가 시험인데 어.쩔.수.없.이. 새 휴대폰을 사 주었다.

휴대폰 매장 주인이 기계값으로 만만치 않은 액수를 이야기하는데,

어느 정도 돈 쓸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하고 간 덕분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휴대폰 매장 주인은

좋은 걸로 사려고 떼쓰지 않는 내 아이가 기특해 보였는지

요즘 아이 같지 않고 착하다고 했다.

그런가... 만날 보니 나만 몰랐나...

그래도 겉으로는 "얘도 살아야죠." 했다...ㅎㅎㅎ

기계 모델의 성능이나 디자인 모두

아이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으로,

그리고 내가 보기에도 괜찮아 보이고

아이가 또래들 앞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것으로

드디어 아이의 새 휴대폰을 샀다.

작년부터 마음에 남아있던 짐을 하나 털어내는 순간이다.

늘 요구사항이 없는 아이라서

늘 그 부분에서 신경이 쓰인다.

혹시

필요한데, 가지고 싶은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나에게 말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아이의 말을 곱씹어보고 아이의 숨은 마음을 헤아려보게 된다.

나의 자격지심이라 해도 할 말 없다.

아마 맞을 테니까...

아, 또 찡해진다...ㅠㅠ

 

어쨌든!

아이에게 새 휴대폰을 사 주었다.

이제 영재원에서 밴드를 한다고 해도 할 수 있고,

사진도 화질 좋은 걸로 찍을 수 있고,

아무데서나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다.

아, 단서는 하나 달았다.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중요한 시점에

다른 엄마들처럼 휴대폰을 빼앗기는커녕 최신폰으로 사 준 것은

내가 멘탈이 남다르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아이에게 상기시켰고,

중간고사 평균 하한선을 제시했다.

그 이상이 안 되면 휴대폰은 내 것으로 하겠다고 협박도 했다.

고지식한 아이는 그런 내 말을 200% 믿겠지만,

사실 나는 그럴 마음은 없다.

아이몫으로 산 것이니 아이가 쓰는 게 당연한 것이고,

그저 새 휴대폰에 정신 팔려 중요한 시험을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 것뿐이다.

아이야말로 멘탈이 남다른 아이니 잘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나저나 내 휴대폰은 어쩌나...

기계를 바꾸면 이 요금제를 포기해야 한다는데,

그러기엔 지금의 요금제가 너무 매력적이라

오래된 기계지만 잘 달래가며 오래오래 써봐야 겠다.

나도 새 것 쓰고 싶은 마음 있긴 하지만...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