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토요일 아침 단상

블랙커피원샷 2016. 7. 2. 12:26

 어제는 머리가 너무 아파 내 저녁은커녕 아이 저녁 챙겨주는 것도 포기하고 바로 잤다. 이기적이고 경우 없는 넘의 집 아이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때문에 내 아이랑 같이 식사하는 소중한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이에게 저녁 챙겨서 먹으라는 말만 하고 잤는데, 새벽에 한번 깨어서 집안을 대충 정리해놓고 다시 잔 것빼고 꼬박 12시간 이상을 잤다.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머리가 많이 아파 결국 두통약을 먹었다. 두통약을 너무 자주 먹는 것 같아 가능하면 안 먹으려고 참는데, 오늘은 그랬다가는 또 하루를 누워있어야 할 것 같아 백기를 든 셈이다. 다행히 약을 먹고 나니 머릿속이 먹먹해지는 게 약기운이 도는 게 느껴졌다. 사실은 그게 더 기분 나빠 두통약을 안 먹는 건데... 이게 결국은 통증을 못 느끼게 신경을 마비시키는 것 아닌가...ㅠㅠ

 달그락 달그락거리며 밀린 설거지를 하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아이가 깼다. 어제 쓸쓸한 저녁을 먹게 한 것이 새삼 미안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그리 크고 대단한 게 아닌데, 그것도 못 들어주고 살아야 하는 순간이 있을 때마다 '참 산다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란도란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서둘 필요가 없는 아침식사를 한다. 세탁기에서는 빨래가 돌아가고 있고, 따뜻한 결명자차가 끓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청소부터 한 덕분에 집안도 깨끗하고, 하루종일 어둡고 흐리던 어제와 달리 아침부터 해가 났다. 휴일 풍경으로 최고인 셈...

 문득 두통약을 먹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을 먹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머리가 쪼개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을 지도 모르고, 아이에게 이렇게 웃으면서 다정하게 이야기하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몸도 마음도 약한 엄마의 모습으로 아이에게 걱정을 더하고 싶지는 않다.

 

 

 

 아침부터 음악대장 하현우의 노래를 듣고 있다. 신곡 'PULSE'부터 'Don't cry', '하여가', '일상으로의 초대' 음악대장으로 부른 모든 노래들을 크게 틀어놓았다. 기운이 필요하다. 음악대장이 나오지 않고부터는 복면가왕에 대한 흥미도 급감해서 요즘에는 신의 목소리를 가끔 보고 있다. 우연히 정인의 '뜨거운 안녕'을 듣고는 거기에 빠져서 정인의 노래도 찾아가며 듣고 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위로해 주는 음악이라니... 이게 음악의 힘이겠지. 사실 내 아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긴 한다. 미안해서 그렇지...

 토요일 아침이다.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주말 동안 잘 추스려봐야 겠다. 사실 내게 가장 큰 힘을 주는 분은 따로 있다. 늘 그분께 징징거리기가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그렇지... 이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이고 간구하고 매달리는 분... 이번에도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고 치유해 주시고 해결해 달라고 간구하고 있다. 힘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