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0805
전례 없이 짧은, 그래서 시작할 때부터 너무 아깝기만 했던 방학이 가고 있다.
방학하기를 기다리던 7월에는
뭘 해야 이 짧은 방학을 알차고 재미있게 보낼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으나
곧 나답게 다 내려놓았다.
그냥 집에서 빈둥거리며 보내도 아까워 하지 말기로 마음을 정하고 나니
뭔가 빽빽하게 방학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해방되었고,
평안한 마음으로 방학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방학을 맞이했어도 당장 그 주에는
아이 영재원 특강 뒷바라지에, 창의적 산출물대회 준비까지 하느라 덩달아 같이 바빴고,
지난 주 일주일 동안은 아이 학교 영어캠프 다니는 걸 핑계로, 사실은 습기와 더위에 지쳐
거의 집에만 있었다.
집에서 시원하게 샤워하고 책 읽는 나날이 정말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변화 없는 생활이 이어지니 의욕이 떨어져서 뭘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는 것,
게다가 밤낮이 바뀌어서 뭘 좀 해 보려는 의욕이 생길 즈음이면 남들 잘 시각이 되어 있다는 것.
더이상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딱 좋은 기회가 왔다.
오늘부터 4일간 오전에 연수를 받으러 다녀야 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방학하고는 처음으로
오늘 평소처럼 아침 6시에 일어났다.
못 일어날 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오랜 기간을 그렇게 살아온 것이 몸에 배었는지,
아니면 미리 긴장한 마음이 몸을 깨운 건지
일어나졌다.
잠깐 동안이지만 떨어져 있던 일터의 동료들을 만나서 반가워 하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생각하느라 머리를 쓰고 하며 반나절을 보내고 오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활력이 생겨 있었다.
독서에서 얻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
마약과도 같은 이 즐거움 때문에 나는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들지만 그것에서 얻는 즐거움의 깊이와 폭을 알기에 하지 않을 수 없는...
지식만 얻은 것이 아니라 활력도 덤으로 얻어온 덕분에
집에 오자마자 국수 삶아 콩국수를 만들어 아이와 점심을 먹고,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자기 공부에 몰입한 오후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재미없었을라나...?
나는 참 풍성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는데...
덥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기있게 지내야 겠다.
방학 때 하려고 미루어 둔 일들, 더이상 미루지 말고 하나씩 해결해야 겠다.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