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베란다에 누가 산다.

블랙커피원샷 2013. 8. 20. 19:17

나만 그렇게 느꼈나?

어제 저녁, 거실에 불어드는 바람이 유난히 선선했다.

갑자기 '어, 이제 가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재작년부터였던 것 같다.

이렇게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쓸쓸함이 확 밀려온다.

그 해부터 가을을 보내기가 참 버거웠다.

일단 가을만 지나가면 되는데...

가슴 저 밑바닥까지 들춰내는 그 선선한 바람만 그치면 괜찮아지는데...

그 짧은 가을을 지내기가 여름보다 어렵다는...

올 가을은 또 어찌 보낼지...

 

얼마 전부터 밤이면 베란다에서 소리가 난다.

한여름에는 들린 적 없었던 귀뚜라미 소리...

너희를 우리 집에 들인 적이 없는데, 도대체 너희는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 거니?

처음에는 1층 화단에서 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나 싶었는데,

잘 들어보니 소리가 아주 가까운 데서 난다.

우리 집은 4층...

너희,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니...?

한 마리의 소리가 아니라 세 마리 정도가 돌아가며 내는 소리가

밤이면 우리 베란다에서 들리고 있다.

미스테리하면서도 가을의 정감이 물씬 느껴지는 소리...

이왕 들어왔으니 같이 잘 살아보자.

그런데 베란다에서만 살아야 한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건, 오,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