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가 갔다.
대망의 D-day...
아침에 늦게 일어날까봐 걱정, 준비물 하나라도 빼놓을까봐 걱정,
이 걱정, 저 걱정 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는 해가 뜨는 걸 보고 그냥 일어났다.
도시락 싸고, 시험 보러 갈 준비를 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요즘은 오전 5시면 해가 뜨는구나...
지난 주부터 오늘까지의 내 마음을 표현하자면 이 한 단어로 충분할 것 같다.
심란함.
하필 시험 바로 전이 2박3일 학교 수련회였던 아이는
처음부터 수련회를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모이면 아이 표현 그대로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들'을 하는 학급 남자아이들과
2박3일을 보내야 한다는 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그렇게 놀면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큰 시험 앞두고서 학교 수업 포기하고
조퇴, 체험학습 등을 내고는 시험 준비에 올인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지금 아이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아파서 수련회를 못 가겠다고 해도
그렇게 시험 준비 하려고 안 간다는 오해를 살 상황이라
그래서 오히려 수련회를 가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한, 꽉 막힌 나.
실제로 오늘 시험장에서 만난 영재원 친구들도
아이가 수련회에 갔다왔다고 하자 그걸 왜 갔냐고 물었단다...ㅠㅠ
하지만 꽉 막힌 내 생각으로는,
그 3일 동안 수련회 안 가고 공부한다고 해서 시험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이미 알고 있는 지식들을 정리하고 복습하는 것은 수련회 전후에 끝내게 계획을 세우고
수련회를 가야한다고 이야기했다.
나라고 수련회에 못 간다고 하고 집에서 공부만 하게 할까 하는 생각에
흔들리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평소에 공부하고 수련회 가서는 아무 생각 없이 쉬다가 오기를 더 바랐다.
내가 너무 마음을 내려놓았나...?
아이가 절실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너, 이번 시험이 절실하지 않구나. 그럼 나도 욕심 부리지 않을게.'하고는
저절로 마음을 내려놓게 되더라는...
그러나 아이가 수련회에 가서 자기 데리러 오면 안 되겠느냐고 저녁마다 전화를 할 때에는
정말 마음이...ㅠㅠ
이 시험에서 아이가 안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마음에 걸릴 것 같다.
그렇지만 아이를 위해 옳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 시험이 아이 인생의 끝이 아니니까...
아이를 시험장에 들여보내고 나서 예배를 드리러 갔다.
절기를 지키는 자가 온전한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이 기쁨이 아이의 기쁨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시험이 끝날 무렵 시험장 정문에서 기다리는데, 마음이 참 그랬다.
이 길만이 정답은 아닐 텐데 아이에게 이 힘든 길을 걷게 하는 게 미안하고,
도와주는 것 없이 공부하라고 닥달만 한 것 같아 그것도 미안하고,
그렇다면 과연 학원에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생각하면 그건 아닌 것 같고,
이 시험으로 아이의 능력을 평가 받아야 하는 현실이 착잡하기도 하고...
시험을 끝내고 나온 아이에게 '고생했다.' 한 마디만 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는데
자꾸 시험이 어땠는지, 다른 아이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묻게 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 가고 있다.
그래도 이제 시험 끝났으니까 아이는 좀 마음 편하게 지내면 좋겠다.
모든 것은 그분께 맡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