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와 나는...
아이는 결국 영재학교 전형에서 탈락했다.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될 학교이고
아이가 3년 동안 맘껏 과학 속에서 놀 수 있는 학교라서 지원한 거였는데,
주변에서는 다들 난리였다, 왜 그렇게 먼 데로 보내느냐고...
나도 그 점이 걸리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해야만 한다', '할 수 있다' 하면서 주문을 걸 정도로
그 학교가 마음에 들었기에 지원한 거였다.
아이가 탈락했다는 걸 확인한 순간,
실망감이 휘몰아쳤던 건 잠시, 바로 든 생각이 안도감이었다.
멀리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걱정.
실력이 안 되는 아이를 내가 등 떠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그래서 요즘 다시 혼란스럽다.
팔은, 결국 동네 정형외과에서의 치료를 접었다.
병원에서는 건초염으로 진단했고,
병원에서 처방한 대로 진통소염제를 먹고 물리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3주가 되가도록 차도가 전혀 없었다.
진통소염제를 먹으면 통증이라도 없어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고...
결국 병원에서는 엑스레이를 다시 찍더니 목디스크 때문에 건초염이 안 낫는 거란다.
목 엑스레이 사진을 의사와 같이 보았는데,
디스크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목 뼈의 간격이 차이나 보이지 않았다.
의사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너희, 원인을 못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자기들도 내 팔이 아픈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대학병원으로 가든지, 한의원으로 방향을 전환하든지...
나는 처음부터 팔이 아픈 이유를 오십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20년 전에 어깨가 안 좋아서 한의원 치료를 한참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의사 말이, 어깨 근육 자체가 약하다고, 아예 안 쓰는 게 제일 좋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어깨를 20년 동안 혹사하고 살았으니 다시 AS 할 때가 되긴 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 예상대로 한의원에서는 오십견으로 진단했고,
지금 한약 먹으면서 주 2회 정도 한의원에 다니면서 치료 중이다.
주변에서 오십견은 완전히 낫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들 해서
그렇게 마음 먹고 있기도 하다.
반소매 옷은 이번 여름에 아예 못 입을 것 같아 벌써 다 집어넣었다는...
이 상황이 차라리 다행이다 싶기도 한 것이,
내 몸이 많이 아프니 아이의 탈락에 낙심할 겨를도 없다는...ㅠㅠ
이 여름은 이렇게 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