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공정함을 원한다.

블랙커피원샷 2013. 9. 4. 22:13

바쁜 나날이 가고 있다.

그 와중에 아이에게 힘든 시간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힘든 시간이 가.고.있.다.

아이와 나, 우리에게 그 시간은 아직도 ing다.

아이가 받은 상처...

담임선생님의 형식적인 대처...

그로 인해 더 상처 받은 나.

다음 주에 아이 학교 상담주간이라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시간을 약속한 상태였다.

그 때까지 2주를 기다릴 수가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었는데,

담임선생님에게는 별난 아이에, 유난스런 엄마로 보였을까?

그래도 상관 없는데...

공정하게만 사안을 처리해 주었으면

지금까지 내가 그 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일하면서도 생각하고, 밥 먹으면서도 생각하고, 길을 걸으면서도 생각하는

그런 일은 당하지 않아도 될 텐데...

나는 지금 그러고 있다.

하려고 맘먹고 그러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계속 생각이 나고, 분한 마음에 혼자 중얼거리고,

그러다가 혼자 속상해 하고, 혼자 눈물 글썽거리고...

담임선생님에 대한 아이의 신뢰도는 이미 바닥,

그나마 담임선생님을 옹호하는 말을 하던 나도

이번 일로 더이상 담임선생님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 않아졌다.

머리가 먼저 '이건 아니다.' 하고,

마음이 싫다고 하니까...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아이가 올해 남은 한 학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힘을 주는 일뿐.

올 가을에는 같이 기차여행이라도 꼭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버리고 올 것이 생겼으니까,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일터는 말할 수 없이 바빠졌다.

다른 부서 일이 분명함에도 거절하지 못하고 떠맡는 부장님,

(아... 그거 다 내 일인데...ㅠㅠ)

자기 일이 분명함에도 작년에도 내가 안 하고 네 자리의 사람이 했으니 억울해 하지 말고 올해도 네가 하라며

당당히 일을 넘기는 50대 일터 사람.

(이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누군가가 그랬다, 세금도둑이라고...ㅎㅎㅎ 쪼오끔 시원했다.)

저 둘 때문에 내가 더 힘든 게 사실인데,

일터 내 주변의 누구도 그걸 부정하지 못하는데,

사실 나는 아이의 일 때문에, 마음이 거기에 가 있느라

일터의 일이 힘든 건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터진 눈의 실핏줄은 시간 지나면 낫겠지...

 

뭐든 공정하면 좋겠다.

내가 주어지는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일 잘 한다고 인정 받는 것처럼

아이의 일도 공정하게 댓가가 주어지면 좋겠다.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은 진심으로 부끄러워 하고, 반성하고, 사과하고...

우리는 용서할 기회를 얻는 것이 공정하다.

미워하고, 분노하고, 그래서 불평하고, 믿지 못하는 그런 마음을

아이가 가지지 않도록...

더이상 아이 마음 다치지 않도록...

모두가 하나님의 섭리 아래 공정한 결과를 얻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