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투병일기2
여기에 남기지는 않았지만 8월말에 병원에 한번 갔었다.
한 달 동안 운동 치료한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예약된 진료였다.
앞이나 옆으로 올리는 것은 거의 왼쪽과 비슷한 높이까지 가능한데
뒤쪽으로 올리는 것은 거의 되지 않았다.
결국 어깨 관절 사이에 부드럽게 해 준다는 무시무시한 주사 2대 맞고,
운동치료밖에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하루 2회는 꼭 하라는 말씀과 함께
통증을 다스릴 약을 새로 처방 받았었다.
그러고 오늘 갔으니 6주만에 병원에 간 것...
고백하건대 그 동안 의사의 처방대로 잘 따라하지 못했다.
약은 어차피 진통소염제이고 보조적 수단이라는 걸 알기에 통증이 있을 때만 먹었는데
이 건 찔리지 않지만,
하루에 2회는 꼭 하라고 한 운동치료를 하루 1번도 간신히 했다.
뭐든 하면 제대로 잘 하는 성격이라
운동치료를 순서대로 하다보면 매뉴얼에 나와있는 20분이 아니라 30분 이상 걸리는 데다가
얼른 회복하고 싶은 욕심에 조금 세게 하다 보면 그 통증이 이틀은 가서
매일 1회씩 하기도 정말 어려웠다.
그 1회도 정말 간신히 했는데...
오늘 진료 때 확인하니 팔의 가동 범위가 6주 전보다 20% 정도밖에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운동치료에 소홀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한심한 환자가 되는 수밖에...ㅠㅠ
게다가 왼쪽 팔도 조금 문제가 있으니
양쪽 팔을 다 해야 하는 운동치료를 열심히 해야 왼쪽도 회복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들었다.
어찌 된 것이 이 의사를 만날 때마다
수십 년 동안 모르고 살았던 내 몸의 문제를 하나씩 알게 된다.
유물 발굴하는 기분이랄까...ㅠㅠ
모르고 산 내가 민한 건지, 의사가 완벽을 추구하는 건지 모르겠다.
왼쪽 팔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씀에 내가 너무 당황하자
아직 젊은데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드물지만
(맞다. 진료 기다리면서 보면 나처럼 진료 기다리는 환자들, 다 7,80대 노인뿐이다...ㅠㅠ)
아직 젊으니 운동치료 열심히 하면 잘 나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다행히 미리 겁먹고 있던, 전에 맞은 그 주사는 맞지 않았다.
그게 약효의 유효기간이 있는지, 만약 이후에 팔에 또 문제가 생겨 다른 병원에 가더라도
어깨에 주사는 맞지 말라는 말씀과 함께,
처음에 말한 대로 운동치료가 제일 중요하니 하루 2회는 반드시 해야 낫는다는 말씀,
약은 통증이 있을 때만 먹으라는 말씀...
말씀만 한 무더기 듣고 돌아왔다.
다음 진료일은 잡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가 생기면 다시 오라고...
오~ 이게 꿈이야, 생시야...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결국 완전히 낫기까지의 열쇠는 이제 내 손에 쥐어진 셈이다.
'잘 할 수 있을까? 아니 잘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힘내서 한가득 주말 대비 장 봐서 집으로 왔다.
집에 들어와서는 바로 팔 걷어붙이고 고구마 찌고 반찬 만들고...
역시 우울한 기분을 달랠 수 있는 곳은 주방이다.
이제 정말 하루 2번씩 운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