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을 달래는 나만의 방법
우울함을 달래는 나만의 방법은 뭔가에 몰두하는 것이다.
정신없이 책 한 권을 독파하던지,
박물관에 가서 코너를 정해놓고 설명 하나하나 읽으며 집중해서 관람하던지,
(대개 이 경우, 생각이 중얼거림이 되어 새어나온다, 나도 모르게...
누가 보면 이상하다고 할 것 같다. 옛 그림 보며 중얼거리는 여자라...흠)
아니면 요리를 열심히 하던지...
어제는 일정상 순서가 꼬인 날이었던 것 같다.
오전에 아이가 서울대에 갈 일이 있어서 같이 갔었는데
아이의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오랜만에 서울대 박물관도 관람하면서...
오후에 병원에 갈 일 때문에 긴장했었는지
나도 모르게 또 중얼중얼거리며 서화며 자기들을 보는 데 꼬박 2시간여가 걸렸다.
그런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었다.
그러고나니 맞춤하게 아이도 일이 끝났다고 연락이 와서
같이 901동 기숙사 식당에서 점심 먹고,
(이 곳을 이용한 2년 동안 메뉴에 실망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늘 가격 대비 만족할 만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낙성대에 있는 과학전시관에서 하는 전시회도 같이 재미있게 보고,
그러고 아이는 집으로, 나는 병원으로 갔었다.
아이를 내 진료에 데리고 가지 않은 것은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하나님이 아이를 피곤하게 만들어 집에 가고 싶게 해 주신 것 같다.
아이와 병원에 같이 가면 돌아오는 길에 내가 더 후회할까봐... 내가 더 속상해 할까봐...
그냥 나만 잠깐 속상해 하고 말라고...
병원에서 진료 받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늘 무겁다.
우울함의 무게일 것이다.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데, 한동안 안 했다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박물관도 오전에 갔었고,
집에 가도 책은 눈에 안 들어올 것 같고,
그래서 '아자, 아자!'하고는 동네마트로 간 것이었다.
주방에서 우울함을 달래는 것이 최선인 현실이라...
장 봐서 집에 오니 다행히 아이는 자고 있었고 내가 요리를 다 마칠 때까지 깨지 않았다.
예상대로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병원 다녀온 결과를 물었다.
나도 그 무렵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즐겁게 이야기했다.
단 시선은 마주치지 않으면서... 눈은 정직하니까...
하루가 더 지난 지금, 어제보다 조금 더 용기가 생겼다.
의사도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는 지금, 믿을 것은 나 자신밖에 없으니까...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어느 순간 되돌아보며 활짝 웃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