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좀 다른 하루

블랙커피원샷 2013. 9. 8. 18:40

좀 다른 하루라고 하기에는, 실은 많이 다른 하루를 보냈다.

 

오늘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후배의 결혼식이 있었다.

시각이 딱 예배시간 중이라 참석을 망설였으나

그 오랜 기간 동안 한결같이 선후배 사이에서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해온 아이(?)라,

그리고 생각해보니 나는 그 오랜 기간 동안 그 아이에게 딱히 뭘 해 준 적이 없는 것 같아

평소 주일보다 앞 시간에 있는 예배를 드리고 결혼식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건 정말 어디까지나 마음이었고,

다른 주일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은 현실이었다.

아침부터 예배에 늦어 허둥지둥 하루를 시작했더니

얼떨결에 한 시간이나 일찍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그 후배를 보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이후 한 사람씩 눈에 들어오는 동창들, 선후배들.

대학교 통신동호회 선후배들이라 온라인상에서 소식은 간간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오프라인 모임에 잘 나가지 않았던 나는 다들 10여 년만에 보는 셈이다.

나이에 걸맞게 조금 여유있는 풍채를 가지고 나타난 이도 있고,

얼굴에 주름 몇 개 더 늘어난 이도 있고,

나처럼 아이와 함께 온 이도 있고...

그래도 기본 얼굴은 그대로라 세월이 어디로 흘러간 건지 신기했다.

다들 생활이 바쁘니 이렇게 만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워

결혼식장에서 나와 가까운 커피전문점에서 다시 모여 앉았다.

공유했던 대학시절 이야기, 동창 이야기,

그리고 흘러간 세월에 맞게 노안 이야기, 건망증 이야기, 아이 이야기, 일 이야기...

집-일터-교회만 오가며 사는 내게는 평소에 전혀 입에 올릴 일 없는 화제들이었건만

꽤 긴 시간을 같이 있었는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같은 시대를 살며 같은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이 이래서 좋은 거구나...

낯선 일정의 하루 끝에 피로는 몰려오지만

이해득실을 따질 필요 없는, 즐거운 만남이 있던 하루여서 느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