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사업 해결=책 언덕을 없앴다.
우리 집 제일 작은 방의 벽 한 면은 전부 책장이다.
거기에 빈 자리 없이 꽂혀있고,
자리가 없어 아이 방의 책장에도 가득 꽂혀 있는 책.
그러고도 남은 책들을 책방 한쪽 바닥에 쌓아두기 시작했었다.
거의 다 아이가 보던 책들이다.
그 동안 이사를 두 번 하면서 그 때마다 많이 버린다고 버렸는데도
아이가 책 읽기를 좋아하다 보니
집에 들이는 책의 양이 버린 책의 양을 넘어서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나서는
두고 볼 만한 책만 사고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데도
야금야금 늘어나는 책들...
꽂을 곳이 없어 쌓아둔 책더미가 의자 높이만 해지더니
점점 부피가 커져 어느새 사람 키만 한 언덕이 되던 날부터
'한 번 정리를 해야 하는데...'가 숙제로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그럴 시간도 없고, 체력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고
그랬다...
볼 때마다 마음에 부담이 되던 그 책 언덕을 어제 다 해체했다.
이번 겨울 동안 해결하지 못하면 정리하길 포기하고 그대로 다 버릴 것만 같아서...
어제 하루 종일 마음 먹고 정리한 끝에
알라딘에 팔 4박스와 yes24에 팔 3박스를 포장했고,
팔 수 없는 것들 중 아름다운가게의 기증 조건에 맞는 책 150권도 따로 추렸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알라딘과 yes24에 책 6박스를 택배로 보냈고, 아름다운가게에 책 기증 신청을 했다.
영어 챕터북 1박스는 가벼우니까
알라딘 매장에 갈 때 가져가서 직접 팔면 될 것 같아서 따로 담아두었다.
그러고도 남은 게 200권쯤 될 것 같은데,
오래 된 책들도 아이 혼자 본 것이라 깨끗하지만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선 필요로 하는 곳이 없다.
필요한 누군가가 가져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재활용장에 내놓을 수밖에...
해체하고 보니 책방의 책 언덕이 500권쯤 되었나 보다.
문제는 책 언덕만 해체했을 뿐 책방의 책장은 아직 손 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부 아이 책이다.
아이에게 책장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더니 한 번 정리한 거란다.
내 눈에는 더이상 안 볼 책들이 꽤 보이는데, 다 필요한 책들이라니, 뭐...
탄력 받은 김에 모든 책들을 다 정리하려고 했는데,
당장은 책 언덕 해체한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그것만으로도 마음 바닥에 깔려 있던 숙원사업 2개 중 하나는 해결한 거니까...
나머지 하나는 더 덩어리가 크다...ㅠㅠ
그건 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