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향기와 새 소리 가득한 남산 아래 생활
아이가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 있는 며칠 동안 이불커버 세탁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손이 가야 하는 곳들을 수리했다. 수학여행이 마음에 안 들었으면 뻔질나게 문자를 보냈을 아이가 문자 한 번 없는 걸 보니 수학여행이 마음에 드나 보다 싶은 생각에 이 어수선한 중에 아이가 집에 없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이사후유증인지 집안환경이 바뀐 탓인지 이사 후 감기 증상이 계속 있었는데 미루던 병원에도 아이 없는 동안 다녀왔다. 장도 봐 놓고... 아이가 돌아왔을 때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여기에서의 생활에 전념할 수 있게...
이 곳에서의 생활은 아파트 4층에서 살던 것과는 분명 다르다. 이것은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문제니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늘 재차 진료 받으러 간 병원의 의사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했다. 우리 몸도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증상이 금방 낫지 않는 거라고...
며칠 비가 오는 동안 안 열었던 창을 해가 나자마자 모두 열었다. 그랬더니 확 밀려드는 게 두 가지 있었다. 진한 아카시아 향기와 여러 가지 새 소리... 남산이 가까이 있어서인지 집 주변에 나무가 많은 게 아닌데도 여러 종류의 새가 모이는 것 같다. 다양하게 들리는 새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지만은 않는 걸 보면 새 소리에는 금방 적응할 것 같다. 아카시아 향기는 어디서 나나 했더니 집 바로 뒤에 흰 꽃이 가득 핀 아까시나무가 있었다. 창을 열어두면 집안 가득 퍼져 들어오는 아카시아 향기는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보다 오히려 나으니 반갑고 고맙다. 하지만 창으로 반가운 것만 들어오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디서 들어오는지 집안에 하루살이가 몇 마리씩 날아다니고, 벌써부터 모기도 보인다. 여름을 대비해서 방충망 어디에 구멍이 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하수구를 통해 들어오나 좀 더 살펴봐야겠다.
당장은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누리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