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주말,too.
하나님께서 나를 빚으실 때 넣어준 장점 중 하나라고 요즘 확실히 느끼는 것이, 문제해결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가끔은 지나쳐서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놓지 못할 때도 있지만 눈 앞에 문제가 닥쳤을 때 불평하거나 원망하기보다 해결책부터 먼저 생각하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기어이 해결해내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장점임에 분명하다.
이사 온 집에서 세탁기를 놓은 곳이 수도꼭지에서 세탁기까지의 거리가 좀 멀어 세탁기의 급수호스로는 수도꼭지에 연결할 수가 없었다. 이사업체 아저씨가 철물점에 가면 긴 길이의 급수호스를 파니 그걸로 연결해서 쓰면 된다기에 들은 대로 했는데... 호스가 세탁기의 급수호스보다 덜 튼튼해 보이는 데다가 수도꼭지에 연결하는 부분도 부실해 보여 처음부터 믿음이 가지 않더니-실제로, 연결할 때 잘 되지 않아 고생 좀 했다.- 사용한지 한 달만에 망가져 버렸다. 수압을 견디지 못해 호스 연결부위가 터져 버린 것 같았다. 고쳐서 써야 하나 하는 생각에 물세례를 몇 번 맞아가며 애써봤지만 새로 사야 할 것 같았다. 그게 금요일 저녁의 일...
세탁기를 돌리던 중이었기에 어찌어찌해서 세탁하던 것은 마무리했는데 이후가 문제였다. 기온이 올라가고 있어 빨래거리는 계속 나올 테니 말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나처럼 사제 호스를 사서 연결했다가 낭패 본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좀 더 검색한 결과 세탁기 제조사의 서비스센터에서 정품 연결호스를 판다는 것을 알았고, 마침 집 가까이에 서비스센터가 있는데 토요일에도 운영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토요일인 어제 오전에 바로 가서 사 와 연결해 놓았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돈도 버리지 않고 낭패감에 당황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아무나 한 말을 그냥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배웠다. 이사 후유증의 하나로 접어 두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사 온 집이 빌라라 내가 집에 없을 때 도착할 택배를 어떻게 보관할까도 작은 고민거리 중 하나였는데 '여성안심택배함'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것이 있다는 사실은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이용할 필요가 없어 잊고 있었는데, 경비실이 없는 빌라에 살게 되니 이용해 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마침 집과 아주 가까운 거리의 큰길가에 여성안심택배함이 있어서 얼마 전에 한 번 이용해 보았는데 택배기사님이나 나나 서로에게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배기사님 입장에서는 분실 우려 없이 안전하게 물건을 전달해서 좋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면대면 방식보다 오히려 안전하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부피가 너무 큰 것은 택배함에 들어가지 않을 테니 불가능하겠지만 어지간한 물건들은 모두 여성안심택배함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며칠 전 여러가지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그게 어제 오후에 와르르 도착한 것이다. 택배함 3개에서 물건을 꺼내 카트에 실어와야 했고, 부피가 커서 어쩔 수 없이 집 현관문 앞에 두고 가면 된다고 했던 플라스틱서랍장은 마침 토요일에 배송해 주어서 내가 직접 받을 수 있었다.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새 가구를 들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산 서랍장이었다. 정리를 끝내고 보니 이전보다 자리도 덜 차지하고 깔끔해져서 사길 잘 했다 싶었다. 문제는 그 정리를 하느라 시간이 한참 걸렸다는 점... 택배로 온 것 중 하나가 제습제였는데 집안 곳곳에 제습제를 두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 오전에 서비스센터 다녀오면서 사 온 시트지를 상에 붙이는 것도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다. 이전 집에서의 생활이 건조함과의 전쟁이었다면 이번 집에서는 습기와의 전쟁이 생활이 될 것 같다. 제습제가 도움이 될 것 같아 일단 20개 사서 습하면 안 될 옷장과 이불장, 책장 등에 집중적으로 놓았다. 살펴보고 이후에는 염화칼슘을 사서 보충할 생각이다.
택배로 온 것 중 하나가 열무김치였다. 이전 동네에는 짜지 않고 첨가물 맛 나지 않는 맛있는 열무김치를 파는 반찬가게가 있어 여름이면 늘 사다 먹었었는데, 이 동네에서는 아직 그렇게 내 입맛에 맞는 곳을 발견하지 못해 인터넷으로 한 번 사 본 것이다. 스티로폼 상자의 뚜껑을 열자마자 풍기는 맛있는 김치 특유의 냄새가 어찌나 기분 좋던지, 어제 점심에 바로 국수 삶아 열무국수를 해 먹었다는... 아직 다 익지 않아 짠 맛이 있었지만 며칠 익히면 맛있어질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
힘 쓰고 시간 써야 할 일이 많아 바쁜 하루를 보낸 탓인지 오늘 아침 일어나는데 몸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예배에 다녀온 후 오후에 다림질 등 집안일을 다 해 놓고 잠깐 누워서 졸았다. 하수구마다 세정제 매달아 놓고, 다른 상에도 시트지 붙여서 리폼해 놓고, 오늘도 집안 정리는 계속되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집안 여기저기를 살펴 일거리를 찾아내는 성격 탓인지, 아님 원래 이렇게 집안일이라는 게 끝이 없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 일들을 다 끝내고 잠깐 누워 있는데, 침실 창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을 만치 서늘했다. 그래서 잠깐 졸았던 것 같은데, 그렇게라도 자고 나니 몸이 가벼워졌다. 소소한 일들이라도 계속 이어지니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런 주말이 가고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될 것이다. 다시 힘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