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한 건지, 모자란 건지...
목요일은 저녁 늦게까지 일이 있어서 퇴근이 매우 늦었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녁 하늘이 예뻤고 머리카락 사이로 지나가는 적당히 습습한 바람이 좋아 피곤한 줄 몰랐다. 다음 날인 금요일에도 몸이 조금 무겁다는 느낌만 있었지 피곤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퇴근 후 집안일을 마치고 잠깐 누워 TV를 보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잠결에 아이가 문단속하는 소리, 웅웅거리는 TV소리를 들었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결박 당한 듯 꼼짝할 수 없었다는... 알람소리 때문에 평일과 같은 시간에 일어난 오늘 아침, 알람을 맞추어 놓지 않았더라면 아침도 못 먹인 채 아이를 영재학급 수업에 보낼 뻔했다. 날짜를 잘못 체크해 놓아서 오늘 수업인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것저것 집안일을 해 놓고 오후에도 잠깐 잤다. 역시 누워 있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르... 목요일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피곤하면 피곤하다는 걸 바로 알아채야 하는데, 그래야 바로 해결을 할 수 있을 텐데 모른 채 누적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 둔한 건지, 아님 모자란 건지... 일의 강도는 예년보다 훨씬 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닌 걸까?
주말에 하겠다고 일거리를 가져오긴 했는데 꺼내지도 않았다. 그저 푹 쉬면서 주말에 에너지를 충전해 놓는 것이 다음 주를 잘 보낼 비결인 것 같아서... 소소한 집안일을 해 놓고 히든싱어 베스트, 비긴어게인2 재방송해주는 걸 보면서 빈둥거리고 있다. 날씨가 화창하거나 말거나 나갈 생각도 전혀 안 하고, 지금 당장의 걱정이 아니면 아무 걱정도 떠올리지 않으면서... 오늘의 염려는 오늘로 족하고, 내일의 걱정은 내일 하면 되니까... 그랬더니 오늘 하루가 어찌나 긴지... 조바심 내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 이렇게 쉴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렇게 주말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