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나 끝, 겸사겸사 병원도...
오늘 오후에 지원서를 내러 다녀왔다.
늘 그 대학은 가을 이 맘때의 모습만 보게 된다.
그래서 그 대학 이름을 들으면
따사롭고 부드러운 오후 햇살, 아름드리 나무들, 그리고 낙엽,
이런 게 먼저 떠오르는데...
오늘은 작년보다 일 주일이나 빠르게 지원서를 받는 탓에
예년 느낌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덥기까지 했다.
접수 마지막 날이 아니라서 접수처는 아주 한적했다.
욕심대로라면 덜덜덜 떨면서 냈어야 마땅한데,
정말 덤덤하게 서류를 내고 나왔다는...
그러나 늘 이 서류를 내고 나올 때의 기분은 똑같다.
아이를 더 잘 키우지 못하는 미안함에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란다면 지금보다 더 영민함을 발휘할 수 있을 텐데...
늘 쫓기듯 사는 엄마 때문에 자기 일은 늘 스스로 알아서 해온 아이...
정말 미안하다...
미안해서 아이에게 좋은 결과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하다.
내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하나님께서 채워주시기를...
9월 들어서면서 내내 눈이 불편했다.
안구건조증이 있어 늘 눈이 뻑뻑하고 충혈되어 있었는데,
2학기 들어 잠 자는 시간이 적어지면서 더 힘들어진 것.
이제는 눈의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로 통증이 있어서
오늘 조퇴한 김에 안과에 다녀왔다.
사실 조금 염려도 되었는데, 결과는
알레르기란다.
환절기 들어 건조해지고 공기가 탁해지면서 결막염이 생겼다고...
약 넣으면 좋아질 거라고 장담하면서 준 안약이 세 종류...ㅠㅠ
두 종류는 하루 세 번씩, 한 종류는 수시로 넣으란다. 하이고...
약국에 들른 김에 미루고 있던 삐콤씨도 샀다.
영양제를 잘 안 먹어서 한번 먹으면 영양제 약효가 눈에 띄게 나타는데,
모든 영양제가 다 그런 건 아니고 삐콤씨가 최고다.
한약 한 재 먹는 것보다 낫다는...
안그래도 이번 주에 아이 한약 한 재 지어 먹일 생각이라
나를 위해서는 삐콤씨를 산 것.
집에 와서 얼른 한 알 먹었더니 맛있어 보였나 보다.
아이가 곁에 오더니 자기도 한 알 달라고...ㅠㅠ
이러다가 한 달만에 한 통 다 먹겠다.
뭐, 그러면 한 통 더 사면 되지. 한약보다는 한참 싸니까...
안과가 있는 건물 1층이 KFC.
오랜만에 아이가 먹고 싶어 한 그릴버거세트로 저녁도 해결하고 귀가하니
차분한 저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일부터 다시 또 바쁜 일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 걱정 당겨서 하지 말고 일단 오늘은 쉬어야 겠다.
마음이 분주했던 긴 하루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