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관건은 온도가 아니라 습도였구나.

블랙커피원샷 2018. 7. 30. 00:19

 

 

 한 일 주일은 정말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더위가 힘들었던 것 같다. '오늘도 폭염'이라는 기사로 하루가 시작되는 날마다 높은 온도 때문에 무기력해지는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확실한 사실을 알았다. 관건은 온도가 아니라 습도였다는 걸... 적어도 내겐...

 기다리던 소나기가 좍좍 퍼붓고 가고 난 후 어제부터 창문으로 불어 들어오는 저녁시간의 바람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만 그렇게 느껴지나 싶어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그런 것도 같다'는 것. 저녁에 조금 덜 더워진 것 같기는 하지만 확 느껴질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온습도계를 보니 온도는 여느 날의 저녁시간과 크게 다를 것 없었는데, 습도계의 수치가 조금 내려가 있었다. 피부에 끈적거리는 느낌이 사라지니 훨씬 의욕이 나고 기분도 좋아졌다. 어젯밤에는 자다가 선풍기의 바람이 추워서 끄기까지 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본 습도는 어젯밤보다 더 내려가 있었다. 폭염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갔으니...

 오늘도 해가 저물고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창으로 서늘함을 품은 바람이 불어 들어와서 창에 드리웠던 발을 아예 말아올려 놓았다. 기분 좋은 바람이어서... 더 많이 불어 들어오라고... 지난 주 내내 집안에 더운 기운 보태지 않으려고 가스레인지를 켜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오늘 저녁에는 오랜만에 가스레인지에 밥도 하고 찌개도 끓였다. 그래도 집안이 덥지 않았고, 피부가 끈적거리지 않았다. 장을 보러 동네 시장에도 다녀왔는데 오가는 길에 피부에 와 닿는 공기가 상쾌했다. 집안 온도는 평소 저녁 때와 비슷했지만 습도계를 보니 45%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역시 습도가 문제였던 게다. 여름 내내 딱 이 정도 습도만 유지해주면 좋겠는데...

 방학을 하고나서 아이의 먹을거리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끼니야 잘 챙기는 것이 당연하고, 아이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간식거리들을 사다 놓았다. 냉장고에 빵이며 음료수, 과일도 여러 종류를 채워 놓았고, 과자도 여러 종류 사 놓았다. 늘 먹던 종합비타민 외에 유산균과 루테인도 방학 시작하면서 먹이기 시작했다. 워낙 입이 짧은 아이라 방학 동안 손 가는 대로 이것저것 잘 먹고 키도 크고 몸무게도 좀 늘면 좋겠다. 학기 중에 시간이 안 나 미뤄두었던 병원 진료도 예약했다. 방학을 했어도 아이의 방과후학교 때문에 평소처럼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해서 마냥 늦잠을 잘 수도 없다. 방학을 해도 할 일이 끊이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학기 중처럼 1분에 쫓기는 일상은 아니어서 좋다.

 서늘함이 든 바람 말고 어제부터 저녁시간에 변화가 또 하나 있다. 귀뚜라미 소리... 어제부터 저녁에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매미 소리는 이틀 정도밖에 듣지 못한 것 같다. 너무 더워서 매미가 못 올라오는지...

 점점 더 잠 들기 아까을 정도로 서늘한 저녁이 올 거라 기대하고 있다. 설렌다, 벌써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