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기 2
하루는 온종일 인터넷에서 미루어두었던 쇼핑을 했다.
어떻게 필요한 물건 살 시간이 없을 수가 있었는지...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커피를 물처럼 마셔가며 살았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가까운 슈퍼에서 재료 사다가 끼니만 간신히 해 먹고 살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ㅠㅠ
그렇게 사느라 미루어두었던 쇼핑을 몰아서 다 했다.
어떻게 동시에 쌀도 바닥을 보이고, 화장지도 다 떨어져가고...
겨울맞이 곰국 끓이느라 가스 엄청 쓰느니 끓여놓은 것으로 사 먹자고 그것도 주문하고,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던 노트북도 클릭 한번으로 해결했다.
다른 것은 금방 결정했는데 노트북은 아무래도 가격이 나가는 것이다 보니 며칠 망설였다.
그래도 이번에 안 사면 후회할 것 같아서 주문했다.
겨울 동안 PPT 더 배우고 영어문법 공부하고 하려면 나한테도 필요한 것이고
인강 듣고 새 학년 공부하려면 아이에게도 필수니까...
몇 만원 더 내면 신형 프린터도 같이 사는 기회라 프린터도 사야 했기에 얼른 클릭.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내가 구입한 것중에서 가장 비싼 것이었다...ㅠㅠ
이후로 며칠 동안 택배 받느라 아주 바빴다.
아이 영재원 수료식이 있던 그 날 하루는
은행 볼 일 보느라 오전을 다 썼다.
일터에서 10분 거리에 은행이 있었는데도 거길 못 갔다.
그래서 미루어 둔 은행 볼 일이 몇 가지 되었다.
0.1% 금리에도 눈 부릅뜨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쩝
계좌들을 교통정리하는 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본의 아닌 VIP가 되어 사은품까지 받아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한 일은
구두수선집을 찾는 것이었다.
별로 신을 일은 없지만 그래도 구색 맞춰 신을 일이 있는 검정색 정장 구두,
오늘이 그걸 신을 날인데, 뒷굽 밑창을 갈아야 해서 구두수선집을 찾은 것.
다행히 은행 근처에서 바로 찾아 저렴한 수선비로 금방 해결했다.
구두 하나 새로 산 것 같은 기분...
이런 내가 VIP는 무슨 VIP~
그러고 집에 와서 오랜만에 머리 드라이도 하고(이것 역시 일 년에 한 번 하지 싶은 일)
옷도 화사한 것으로 꺼내 입고 입술도 밝은 색으로...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 손 잡고 영재원 수료식에 갔다.
이기적인 모자와 같은 조가 되어 아이도 나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그러면서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더이상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나도 좀더 용감해졌다.
아이도 나도 작년보다 분명 좀 더 자란 느낌이다.
영재원 생활을 잘 해낸 아이가 대견해서 수료식을 보는 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그 날은 아이의 5학년 마지막 통지표가 나온 날이었다.
아이는 안 그래도 높은 성적을 조금 더 올려서 1등으로 5학년을 마무리했다.
엄마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 한 아이의 노력이 고마웠다.
영재가 아니어도, 1등이 아니어도 너는 나의 기쁨이고 내 삶의 이유란다...
나를 살게 해 줘서 고맙다...
하루는 오전 내내 잤다. 그게 어제 일이다.
수료식과 아이 시험이 끝나고 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오전 내내 정말 자기만 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그나마 남아있던 불안감도 다 떨어져 버렸다.
이래도 되는 걸까...
그런데 푹 자고 기분좋게 아이를 맞이하니 아이가 참 좋아한다.
"엄마, 저 왔어요~" 하는 문 두드리며 외치는 아이의 목소리가 나도 참 좋다.
아침에도 내 출근시간에 맞춰 아침 먹게 하려고 아이를 일찍 깨우지 않아도 되니
그게 제일 좋다.
이렇게
미래를 당겨서 염려하지 말고 오늘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겠다.
벌써 일주일이 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