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너는 나의 힘. 나를 살게 해 줘서 고맙다.

블랙커피원샷 2013. 12. 31. 02:20

여기에 일일이 다 쓰지는 않았지만...

사실 여기에 옮겨 적으며 그 기분을 다시 곱씹는 것이 더 싫기도 했고

그 진상 엄마와 아이가 우리에게 입힌 피해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조차 싫기도 해서

아이와 둘이서만 식식거린 것이 4개월이었다.

영재원에서 같은 조가 된 아이와 그 엄마 이야기다.

세상에 자식이 귀하지 않은 엄마가 한 명이나 있을까.

모든 엄마에게 자식은 금덩어리고 우주다.

내 자식만 귀하고 남의 자식은 내 아이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건

80년대의 70된 할머니들도 안 하던 고리적 생각 아닌가.

21세기의 서울에서, 그것도 영재원에서

그런 생각으로 똘똘 뭉친 엄마와

참으로 허세덩어리인 아이를 만났다.

같은 조라서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안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늘 공동과제에 비협조적이고 잘못된 것을 사실인 양 말하는 그 아이 때문에

아이가 많이 속상해 했다.

게다가 그 아이가 잘못되었고 틀렸음을 말하면

그 아이 엄마는 지나치게 자기 아이를 감싸고 돌며 내 아이를 비난하기까지 했다.

잘못한 것 없는 내 소중한 아이를...

11월말까지 공동과제를 해야 해서 그 때까지는 참고 있어주려 했는데,

그 과제마저 내 아이가 거의 다 하다시피 하고 있는데도

내 앞에서 따라다니며 내 아이에게 트집을 잡는 그 엄마를 보자니 나도 더이상은...

그래도 4개월 참았으면 많이 참은 것 아닌가.

한번 버럭 했을 뿐인데 그 엄마, 자기가 그동안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해 왔는지 알고 그러는 건지

미안하단다. 자기가 미안하다는 말 하는 사람이 아닌데 미안하단다.

정말 애들 말로 헐~이다. 그걸 사과라고 하는 건지...

그러더니 이후로 더이상 우리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바로 꼬리 내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버럭 할 걸 그랬다 싶다.

그랬으면 내 아이가 그렇게 상처받을 일 없었을 텐데...

내가 약해서 내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 죄책감이 더 컸다...ㅠㅠ

내 아이가 애쓴 덕분에 공동과제 발표회도 잘 끝냈고,

12월초에 영재원 수료식도 무사히 했다.

영재원에서 아이의 재능을 확인한 것도 기쁘지만

그 진상 모자를 더이상 안 봐도 된다는 것도 무척 홀가분한 것이 사실이었다.

문제는 내년...

내가 보기에는 아무리 봐도 그 아이는 영재원에 어찌 들어왔나 싶은 수준인데,

1등으로 들어왔건 20등으로 들어왔건

그래도 두 차례의 전형을 통과해서 1년을 공부했으니 내년에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그 아이와 또 1년을 같이 공부해야 한다면 정말 보내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아이가 교육청 영재원에서 내년에도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학교에서의 1, 2차 전형을 거쳐 학교 대표로 선발되어 교육청 영재원의 3, 4차 전형을 거쳤다.

그 아이, 3차 전형날 시험장을 나오면서 문제 쉽다고 큰소리치고 나오더니 3차 합격자 명단에 없었다.

어찌나 기쁘던지...

세상은 정말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오늘은 4차 전형 결과 최종 합격자 발표 날.

작년에도 별다른 준비 없이 교육청에서의 두 차례 전형을 통과했기에

사실 이번에도 영재원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은 없었다.

다만 3차 전형 일주일여 전부터 기침이 심해서

아이가 과연 저런 컨디션으로 시험은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싶어 그게 더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아이는 씩씩하게 3차 전형도 통과했고, 4차 전형도 통과해서

최종합격하였다!

내년에도 교육청 영재원에서 공부하게 된 것이다.

올해 영재원에서 같이 공부한 20명이 대부분 내년에도 영재원에서 공부하려고 응시했으나

3차 전형에서 거의 탈락했고 최종합격한 아이는 내 아이 포함해서 4명이다.

그 4명에 내 아이가 포함되었다는 것이 기쁘고,

아이의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는 것이 또한 기쁘다.

아이는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다는 반응...

자기가 10등 안에는 들 것 같았단다.

허세 부릴 줄 모르는 고지식한 아이라 아마 맞지 싶다.

사실 무슨 배짱인지 나도 아이가 합격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ㅎㅎㅎ

그래서 이번에 교육청 영재원에 합격한 것을 전제로 이후의 계획을 줄줄이 세워 놓았다는...

엊그제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 골골거리고 있었는데

오후에 합격자 명단 보고 확 살아났다.

역시 아이는 나의 힘이다.

나를 살게 해 주어서 고맙다.

2014년도 너와 더불어 성장하길 기대해.

우리 2014년도 멋지게 잘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