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추운 날의 사치

블랙커피원샷 2014. 1. 13. 13:17

 

이 집에서 보내는 첫 겨울이다.

전 집도 창이 동쪽, 남쪽으로 나 있어서 햇빛이 드는 시간이면 좋았지만

아무래도 2층이라 주변의 높은 건물에 가려 쨍하게 햇빛이 들지는 않았다.

게다가 단열에 취약한 빌라다 보니 겨울철 외벽에서 스며드는 냉기는

햇빛의 기쁨을 반감시키기에 딱이었다.

1층이 주차장이다 보니 겨울에는 난방을 하지 않으면 바닥도 차가웠다.

거기에 살 때에는 그래도 적응하고 만족하며 살았는데,

이 집으로 이사오고 나니 아이를 고생 시킨 것 같아 두고두고 미안하다.

 

이번 집에서 겨울을 지내면서 제일 크게 감사하는 것이

'겨울 햇빛의 축복'이다.

밖은 분명히 추울 텐데, 집안 거실 창가 앞은 환하고 따뜻하니 말이다.

정남향에,

앞에 높은 건물이 없어 햇빛을 온전히 바로 받는 위치에,

창은 엄청나게 큰 통창...

지금 베란다의 온도는 30도가 넘는다.

그야말로 온실 그 자체...

그래서 겨울이 되었어도 화분을 전혀 들여놓지 않았다.

여름에 키우던 고추는 그냥 내버려두었더니 겨울에도 열매를 8개나 맺었다.

베란다가 집안보다 기온이 높은 낮에는 거실창을 열어놓기까지 하니

이것이 '겨울 햇빛의 축복'이라고 말할 수밖에...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시간에 거실에서 창을 등지고 앉아있으면 등이 뜨겁기까지...

난로를 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 졸음이 스르르 오기도 한다.

밖은 영하 10도라고, 춥다고 하는 오늘 같은 날,

눈부시게 환한 창가에 앉아 뜨거운 햇빛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사치임에 분명하다.

 

다시 한 주를 여는 월요일, 여전히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