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수다

밥 하는 동안 끄적거리기

블랙커피원샷 2014. 2. 17. 18:59

아이의 봄방학 기간.

아침식사를 늦게 하니 식사시간이 계속 미루어진다.

그래서 저녁밥을 이제야 하고 있다는...^^;;

압력솥이 열심히 저녁밥을 해 주는 동안, 성시경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으며 여기에 와서 끄적거린다.

 

지난 금요일, 재작년에 있었던 일터에서 스카웃 제안을 받았다.

고민할 여지는 없었다, 나는 이미 작년의 일터에서 계속 근무하기로 확정지었으므로.

사실 재작년의 그 일터에서 나에게 그런 전화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하고 있었다.

윗분들이 워낙 나를 좋아했었고 끝까지 나를 곁에 두고 싶었했었기에

올해 그곳에 근무할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다른 통로를 통해 듣고 전화가 오겠구나 짐작하고 있었다.

교감선생님과 부장님은 내가 이곳을 버리고 그 쪽으로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혹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제시하셨으니까.

그러나 나는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이므로

이번에도 '난 바보니까.'하고 의리를 지키기로 했다.

눈 앞의 이익에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 아무 곳에서도 부름 받지 못하는 날이 온다는 걸 잘 알기에,

그리고 윗분들도 내가 그렇게 고지식한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하고

그렇기 때문에 나의 선택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기에

과감하게 '죄송합니다.'를 선택했다.

다만 미안한 점은 지난 여름의 스카웃 제의에 이어 두 번이나 거절했다는 점이다.

건방지게 보는 건 아닐런지...

삼고초려라고, 내년 이 맘때 한 번 더 오라고 해 줄런지...

뭐, 앞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걱정은 내려놓기로 한다.

지금 기분이 좋은 점은,

이 미천한 능력도 능력이라고 탐내는 곳들이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인정해준다는 이 기쁨은 정말... 좋다.

 

올해 일할 준비를 오늘부터 서서히 시작했다.

마음부터 서서히 워밍업하는 것이다.

몸은 나중에 닥치면 적응한다는 것을 알기에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늦잠을 즐기기로 했다.

밀쳐두었던 작년의 업무자료들을 꺼내놓았고,

컵, 커피와 차, 칫솔과 치약 등 일터에서 쓸 살림들을 꺼내놓았다.

이러니 좀 실감이 난다. 다시 시작이구나, 바쁜 일상...

하지만 작년과는 또 다를 것이다.

아이도 훌쩍 자랐고, 나도 좀더 노련해졌다.

다시 힘을 합쳐 우리에게 닥칠 일들을 지혜롭게 해결하며 전진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밥이 다 되었다.

맛있는 밥밥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