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말 없는 동안 힘든 나날이 지났다.
투덜거리고도 싶었고, 듣는 이 없어도 중얼거리고도 싶었고, 울먹거리고도 싶었고, 때로는 소리치고도 싶었으나
꾹 참고 지나가자 마음 먹으니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이번 주는 바쁜 나날이었다.
겨우내 부쩍자란 아이는 올해에도 씩씩하게 제 몫의 삶을 잘 살고 있다.
안으면 머리 꼭대기가 안 보이게 자란 키와 나보다 큰 발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열심히 살고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사실 고맙기만 하다,
입으로는 시험 운운하면서 잔소리를 하고는 있지만...
바쁜 한 주일의 일들이 다 지나간 어제 저녁,
저녁을 먹고 나자 아이도 나도 넉다운이 되었나 보다.
둘 다 그냥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작년 같으면 어디라도 놀러나가자고 할 법한데
아이도 별 말 없이 먹고, 놀고, 자고, 공부하고 그러고 있고...
저녁 때 가까운 이마트에라도 가자 했던 나는
계속되는 세월호 소식을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두통을 없애보려는 자발적인 노력이었는데 별 효과가 없어서 결국 약을 먹었다.
이번 주 내내 몸살 기운도 왔다갔다 하고,
코와 목은 약 없이는 겪는 나도 듣는 이도 괴로울 지경이었다.
피로와 미세먼지 탓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내내 쉬고 자고 했으니 나아지려나...
다음 주에는 아이의 학교 체험학습과 영재원 체험학습이 예정되어 있다.
올 가을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도 계획되어 있다.
어미된 마음으로 바라기는, 모든 일정이 다 취소되면 좋겠다.
아이에 집을 떠나있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쿵쿵거린다.
요즘 때가 그렇지 않은가.
홀로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공포의 순간을 맞이했을 그 많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혹시 나중에라도 배를 탔는데 위험한 순간이 오면 무조건 갑판 위로 올라가야 해,
밑에 있으면 안 돼,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해도 그거 믿지 마,
무조건 위로 올라와서 구명조끼를 입어,
그리고 배가 거의 다 가라앉았다 싶으면 탈출해,
누가 구조의 손을 내밀면 무조건 잡아,
절대로 주위 사람에게 양보하지 마,
엄마는 네가 누굴 살리고 희생하고 그런 것은 원하지 않아,
엄마에게는 네 목숨이 제일 중요해,
그러니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하는 일은 하지 마.
네가 안전해지고 난 이후에 남을 도와.
실제로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내 아이를 위해서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지금 실종자 명단에 아이를 둔 엄마들의 마음이 다 이렇지 않을까.
선장, 항해사, 조타수 다 어쩌자고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 많은 어린 목숨들을 어찌하려고...
그 많은 가족들은 남은 삶을 어떻게 살라고...
전쟁이 나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저 TV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