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봐야 아는 것들...
어제 저녁부터 심상치 않기는 했다.
이 여름에 왜 편두통이 오는지, 왜 목이 따끔거리는지, 왜 잇몸이 붓는지
생각해보고는 약을 먹고 잤어야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상황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아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아팠으니까...
간신히 일어나서 타이레놀 콜드를 한 알 먹고
아침식사를 차리고 나도 수저를 들었는데,
밥을 반도 못 먹겠더라는...
아... 심상치 않아...
결국 밥은 먹다가 중단하고,
식탁 치우는 것도 아이에게 맡기고는 누웠다.
중간에 몇 번씩 깨기는 했다.
약기운이 떨어지니 머리가 너무 아팠고,
아이러니하게도 머리가 너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어서
그 고통을 참으려고 계속 잤다.
고맙게도 아이는 스스로 점심도 차려먹고 제 할 일을 조용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아픈 엄마가 걱정스러운 아이의 분위기가 느껴져서
결국 일어났다.
내가 아프면 제일 불쌍한 것이 아이라는 건 늘상 느끼는 바이니까...
아이를 위해서도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을 훈장처럼 마음에 달고 살고 있으니까...
역시 일어나니 머리가 더 깨질 듯하다.
엉금엉금 가서 약부터 다시 한 알 먹고 세수부터 했다.
집안 상황을 보니 아이가 혼자 점심을 차려먹은 흔적이 적나라해서
설거지와 청소부터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약기운은 빠르게 퍼졌다.
두통이 얼얼함으로 바뀌기 시작하자 설거지부터 했다.
그러고 나서 밥 반 공기를 물에 말아 꼭꼭 씹어 먹었다.
밥이 넘어갈 입맛은 아니었지만
혼자 하루를 지내다 잠든 아이를 보니 먹고 얼른 일어나야 겠다는 의지가 솟아올랐다.
두통이 반은 사그러들었으나 반은 그대로 남아 머리를 콕콕 쑤신다.
그건 카페인 금단증상인 듯하여 인스턴트 커피 두 스푼을 물에 탔다.
얼른 한 모금 후루룩...
그렇지. 잠시 후 콕콕거리던 머리도 제법 가라앉았다.
청소도 했고, 이제 저녁 준비만 하면 되겠다.
일어나 앉아있는 나를 보면 아이가 깜짝 놀랐듯하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하겠지, 엄마 이제 괜찮아요?
늘 미안하고 고맙다.
이렇게 부족한 나 때문에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고,
더 잘 키우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주어서 고맙다.
이 커피 한 잔 다 마시고 기운 차려서 저녁은 내 손으로 차려주어야 겠다.
오랜만에 찾아온 아픈 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