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터에서...
논 걸 생각하면 조금밖에 못 논 것 같은데 곧개학이라니 아쉽고...
오랜만에 일터에 나와보니 한참을 논 것 같아 다시 조금씩 긴장해야 겠다 싶고...
그렇다.
내 근무 차례인 날.
미루어두었던 여러가지 일거리들을 오늘 일터에 나와서 하려고 진작부터 마음 먹고 있었다.
아무래도 집에서는 조금 나태해지는 게 사실이다.
오전에 슬렁슬렁 몇 가지 소소한 일거리들을 해결해놓고 본격적으로 큰 일거리를 펼쳐놓으니 점심시간.
혼자 먹어야 할 상황인데,
뻔뻔한 건지 용감한 건지
그게 그다지 당황스럽지도 않고 회피하고 싶은 것도 아니어서
일터 근처의 고깃집에 가서 돌솥비빔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왔다.
반찬그릇이 비는 게 나올 때마다 직원이 와서 더 가져다 줄 지를 묻는데,
입에는 뜨거운 밥 한 숟갈이 들어있지, 씹지도 뱉지도 못 하겠지, 손으로만 절레절레 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듬뿍 담아주던지, 모든 반찬을 개미 눈물만큼씩만 담아줘 놓고서는...
혼자 밥 먹는 게 안스러워서 그러나 싶기도 했다...ㅎㅎㅎ
워낙에 밥을 빨리 먹지도 못 하는 데다가 뜨겁기까지 해서 다 먹기까지 한 시간이나 걸렸다.
후식으로 나온 수정과가 별미였다.
맛있다고 한 입에 다 부어넣었다가 목에 걸려 켁켁거리며 거리로 나왔더니
오랜만에 마주하는 햇빛이 눈부시다.
습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파삭파삭한 햇빛...
긴 담장 따라 난 길을 걸어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데 전혀 덥지 않았다.
내 자리에 돌아와서 이를 닦고 드립퍼에 종이필터를 끼우고 커피를 내린다.
오늘은 딱 한 컵 분량, 농도는 미디엄.
커피를 내리고 나니 하루가 시작된 것 같다.
평소처럼 새벽 늦게 잠들었는데도 아침에 일터에 출근하기 위해 부랴부랴 일어나야 했던 하루,
이제야 잠에서 깬 모양이다. 조금 있으면 퇴근인데....ㅠㅠ
그래도 이렇게 일터에 나와 일을 하고 있으려니 개학이 기대된다.
집에서 머리에 떠올려 본 개학은 두려움이었는데...
막상 닥치면 이렇게 잘 해 나갈 텐데 왜 두려워 했는지...
생각해 보니 내가 이렇게 기운이 나는 게 말 한 마디의 힘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오늘 부장님들이 1박2일로 워크숍 가는 날이라 오전에 일터에 온 부장님들과 교감님을 잠깐 뵈었는데,
교감님이 나가면서 하신 말씀이 내내 내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있으니...
워크숍 가는 부장님들 대신 오늘 내가 근무한다고 하니 딴 데를 보며 웃으면서 무심한 듯 하신 말씀이
"믿고 가겠네~"였다.
이분, 정말 업무능력이나 사람 다루는 방법, 모든 면에서 역대최강이시다.
특히 사람을 대한ㄴ 태도는 정말...
아랫사람이라도 하대하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추겨올려 주지도 않고,
딱 정도에 맞게 예의를 갖추어 대하고...
아랫사람의 의견이라도 당신이 몰랐던 것은 경청할 줄 알고 인정해 주신다.
그 무엇으로건 사람을 계급짓지 않고, 모두를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대하신다는 점에서
난 이 분이 참 좋다.
머리로는 그것이 옳다는 걸 잘 알지만 사회생활하면서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판단의 상황에 서면 이 분은 그 존재만으로도 참 감탄스럽다.
어쩌면 그렇게 치우침 없는 판단을 하시는지...
이렇게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분을 모실 수 있어서 일터에서의 시간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앗, 얼른 다시 일해야 겠다.
오늘 하겠다고 가지고 온 일거리들은 다 하고 가야지.
슬슬 일꾼 모드로 시동 거는 하루, 이 좋은 기운이 앞으로 죽죽 이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