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베란다에 있는 스킨답서스 화분들이 여럿 있다.

하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키운지 17년 된 아이들이다.

1998년에 줄기 서너 개를 얻어 흙에 꽂았던 것이

지금에 이른 것...

 

이상하게도 나는 꽃이 피는 식물에 별로 마음이 가지 않는다.

당연히 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꽃이 예쁘다는 걸 모른다는 건 아니다.

나도 꽃을 보면 예쁘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꽃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잠깐 보고 '와, 예쁘다!' 이러고 끝이란 말...

그러나 스킨답서스처럼 꽃이 없는 식물에는 눈길이 간다.

오래 보고 또 보고 해도 질리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해도 평범치 않은 성향...

 

여름에 들어서면서 스킨답서스 줄기가 많이 길어져서

좀더 번식시켜 보겠다고 줄기를 짧게 잘라내어 여러 개의 화분에 나누어서 꽂아놓았었는데,

뜻밖에도 몽땅 썩어서 말라버리는 대참사가 발생했었다.

욕심이 과했다는 자책감에 참으로 마음이 아팠었는데,

살아남은 몇 개의 줄기들이라도 살려보자고

화분 3개에 모아 꽂아 비타민으로 비료도 주고 했더니

저만큼 풍성해졌다.

그간 풍족하게 쏟아졌던 햇살 덕분인가...

참으로 다행, 또 다행...

이제는 더 욕심내지 말아야지.

살아나줘서 고마워...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