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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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1.12 2021년 1월 1일 : 떡국 대신 소불고기

 



늘 식사시간 전이면 아이에게 뭘 먹고 싶은지 묻는다. 아이의 취향을 존중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은 뭔가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난 딱히 먹고 싶은 게 없기 때문에 아이의 선택에 맞춰 준비하려는 의중이 숨어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이도 나와 똑같다는 것이다. 둘 다 지독히 입 짧은 스타일...😭
어제 새해 첫날 아침에 떡국을 먹을지 물어봤는데 아이가 대답을 안 하는 것이다. 아직 마음에 결정이 안 되었나 싶어서 한참 후에 다시 물어봤는데 또 대답을 안 하고 슬쩍 자리를 피한다. 참고로, 난 같은 질문 두 번 이상 하는 것을 싫어 하는 성격이다. 내가 듣는 것도 싫을 뿐더러 남에게 하는 것도 싫어 하는데, 그걸 참고 두 번을 물어봤는데, 으...😬 떡국을 끓이면 사골국물에 매생이를 넣고 끓여볼까 했기에 준비가 필요해서 묻는 건데, 왜 대답을 안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냉동실에서 매생이 한 덩어리를 꺼내 놓았다.
드디어 새해 첫날인 오늘 아침,
👩:아침에 떡국 먹을 거야? 매생이떡국 끓일까 하는데, 괜찮아?
아이:......
👩:😡 왜 대답을 안 해??? 어제부터 지금까지 세 번이나 물어 보잖아???(유치함 폭발🔥🔥🔥)
아이:😢... 떡국 꼭 먹어야 해요?
👩:아니. 다른 것 먹어도 돼. 보통 새해 첫날 아침에 떡국을 먹으니까 먹을지 물어 본 거지.
아이:성인이 되는 것 싫어요. 떡국 먹으면 한 살 더 먹잖아요...😭😭😭😭😭
👩:얘!!! 나이는 시간 가니까 드는 거지, 떡국 먹어서 나이 드는 거 아니잖아???
아이:아는데... 그래도 싫어요😭😭😭😭😭
이게 이렇게 진지하게 싫을 일인지... 아이의 진지함에 웃음이 삐죽삐죽 나오기도 하고, 한편 안스럽기도 했다. 얘는 세상 이치를 뭐 이리 정확하게 보는지... 5살 때에도 어린이집에서 다른 애들을 보니 동생이 책에 낙서하고 장난감 망가뜨려서 힘들어 한다면서 자기는 동생이 없어서 좋다고 진지하게 말해서 '얘, 뭐지???' 생각하게 하더니, 지금도...🤔 '역시 너의 까칠함은 천성이었구나... 꺾으려 하지 않길 잘 했어.' 생각하게 하는 2021년 첫 아침이었다.
오늘 중 해 먹으려고 재어 둔 소불고기가 있어 익혀서 섬초무침과 함께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떡국떡은 꺼내지도 않았고😂 매생이는 조용히 냉장실에 두고... 불고기를 싱겁게 간 했더니 밥과 함께 김치에 싸 먹기에 딱 좋았다. 아이도 기분 좋게 잘 먹었다, 밥.
'올해 네가 더 많이 행복해 하면 좋겠다.'는 기도로 시작하는 2021년 첫날... 하지만 대답은 한 번에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는 2021년 첫날... 오늘도 일상은 변함없이 흐른다.

#일상으로의초대
#나이먹는게싫다해도나만큼싫을까👉👈
#속으로만궁시렁궁시렁🔥🔥🔥
#소불고기 #매생이 #떡국 #새해첫날 #나이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