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늘 식사시간 전이면 아이에게 뭘 먹고 싶은지 묻는다. 아이의 취향을 존중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은 뭔가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난 딱히 먹고 싶은 게 없기 때문에 아이의 선택에 맞춰 준비하려는 의중이 숨어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이도 나와 똑같다는 것이다. 둘 다 지독히 입 짧은 스타일...😭
어제 새해 첫날 아침에 떡국을 먹을지 물어봤는데 아이가 대답을 안 하는 것이다. 아직 마음에 결정이 안 되었나 싶어서 한참 후에 다시 물어봤는데 또 대답을 안 하고 슬쩍 자리를 피한다. 참고로, 난 같은 질문 두 번 이상 하는 것을 싫어 하는 성격이다. 내가 듣는 것도 싫을 뿐더러 남에게 하는 것도 싫어 하는데, 그걸 참고 두 번을 물어봤는데, 으...😬 떡국을 끓이면 사골국물에 매생이를 넣고 끓여볼까 했기에 준비가 필요해서 묻는 건데, 왜 대답을 안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냉동실에서 매생이 한 덩어리를 꺼내 놓았다.
드디어 새해 첫날인 오늘 아침,
👩:아침에 떡국 먹을 거야? 매생이떡국 끓일까 하는데, 괜찮아?
아이:......
👩:😡 왜 대답을 안 해??? 어제부터 지금까지 세 번이나 물어 보잖아???(유치함 폭발🔥🔥🔥)
아이:😢... 떡국 꼭 먹어야 해요?
👩:아니. 다른 것 먹어도 돼. 보통 새해 첫날 아침에 떡국을 먹으니까 먹을지 물어 본 거지.
아이:성인이 되는 것 싫어요. 떡국 먹으면 한 살 더 먹잖아요...😭😭😭😭😭
👩:얘!!! 나이는 시간 가니까 드는 거지, 떡국 먹어서 나이 드는 거 아니잖아???
아이:아는데... 그래도 싫어요😭😭😭😭😭
이게 이렇게 진지하게 싫을 일인지... 아이의 진지함에 웃음이 삐죽삐죽 나오기도 하고, 한편 안스럽기도 했다. 얘는 세상 이치를 뭐 이리 정확하게 보는지... 5살 때에도 어린이집에서 다른 애들을 보니 동생이 책에 낙서하고 장난감 망가뜨려서 힘들어 한다면서 자기는 동생이 없어서 좋다고 진지하게 말해서 '얘, 뭐지???' 생각하게 하더니, 지금도...🤔 '역시 너의 까칠함은 천성이었구나... 꺾으려 하지 않길 잘 했어.' 생각하게 하는 2021년 첫 아침이었다.
오늘 중 해 먹으려고 재어 둔 소불고기가 있어 익혀서 섬초무침과 함께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떡국떡은 꺼내지도 않았고😂 매생이는 조용히 냉장실에 두고... 불고기를 싱겁게 간 했더니 밥과 함께 김치에 싸 먹기에 딱 좋았다. 아이도 기분 좋게 잘 먹었다, 밥.
'올해 네가 더 많이 행복해 하면 좋겠다.'는 기도로 시작하는 2021년 첫날... 하지만 대답은 한 번에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는 2021년 첫날... 오늘도 일상은 변함없이 흐른다.

#일상으로의초대
#나이먹는게싫다해도나만큼싫을까👉👈
#속으로만궁시렁궁시렁🔥🔥🔥
#소불고기 #매생이 #떡국 #새해첫날 #나이

Posted by 블랙커피원샷

 

우르릉하는 천둥 소리가 신호였다. 아이가 창을 열고 밖을 보더니 환호성을 질렀다. 눈이 많이 쌓였고, 지금도 펑펑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나가서 눈을 맞아야지~
다행히 골목엔 아무도 없었다. 잠깐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데도 어깨에 눈이 쌓이고 옷 색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붙었다. 조금만 더 서 있으면 인간눈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실내복 차림으로 달려나간 거라 오래 있기엔 추.웠.다.
골목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밤이라고 생각한다. 추운데 따뜻한 정취가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때... 뭘 더 생각하나, 아름다움은 할 수 있을 때 느끼고 누려야지~

#일상으로의초대
#길다니는분들은미끄러지지않게조심
#내일많이춥다는데그대로얼면도로큰일
#함박눈내리는밤 #낭만가득 #아름다움 #골목밤

풍경 #가로등 #철없는아이처럼

Posted by 블랙커피원샷



좋아하는 노래들이 주로 Folk여서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노래를 대부분 안다. 내가 아는 그 노래를 자기만의 노래로 만들어 버리는 참가자가 나오면 그 매력 때문에 눈을 떼지 못하고 보게 되는데...
8회를 보면서는 부활의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아 원곡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프트가 부른 'From Mark'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남긴 긴 여운때문에 노래가 끝나자마자 또 듣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보컬 이주혁의 목소리가 주는 매력 때문인 것 같았다. 마법사의 주문에 걸려드는 것처럼 은근하게 홀리게 된다는... 김승주는 표현 방식이 세련되지 않았지만, 음악 바탕에 깔린 그의 가족애 때문에 응원하고 싶은 참가자였다.
노래를 듣는 것만큼이나 이 프로그램을 보고 싶게 만드는 건 역시 심사위원들. 총 5명의 심사위원 중 3명을 좋아한다면 그 프로그램은 그 3명을 보기 위해서라도 봐야 하는 것 아닐까.
이 프로그램에서 김윤아 심사위원은 특유의 똑 떨어지는 면 외에 엄마로서의 촉으로 참가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여 즐 때가 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좋다.
모든 순간이 좋을 수는 없다, 그럴 때 별 것 아니게 지나갈 수 있는 담대함이 있어야 한다는 박학기 심사위원의 조언은 어른스러우면서도 따뜻해서 마음에 와 닿았다. '향기로운 추억',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를 부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이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가수 박학기로서의 모습이 아니어서 더 멋지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부터 좋아하게 된 사람은 넬의 김종완 심사위원이다. 평소 수줍음을 많이 타는 듯 입을 가릴 때가 많고 잘 했다는 칭찬을 할 때에는 참가자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말하는 그이지만, 음악적으로 고칠 점을 말할 때 부드러우면서도 조목조목 예리하게 지적하는 모습에서는 만만치 않은 내공이 느껴져 그를 다시 보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을 품고 있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를 주목하게 되고, 그의 말을 귀담아 듣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면서 느낀 게, 좋은 노래와 진심어린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닦아준다는 것이다. 노래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시 같은 가사뿐만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하는 진심어린 말이 주는 정화효과란 참으로 크다. 내가 아닌 참가자들에게 하는 말임을 아는데도 그런 걸 보면, 경연 프로그램 이전에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존재 가치가 아닐까 싶다.

#일상으로의초대
#Mnet포커스8회노래좋고심사위원좋고
#기프트의이주혁어디서봤나했더니슈퍼밴드에서몽환적인목소리란평을들었던바로그사람
#FolkUs #기프트 #부활 #김윤아 #박학기 #김종완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