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제목:소설 대신 드라마

몇 년 전부터 난 소설을 읽지 않고 있다. 소설은 상상의 여지가 너무 커서 상상력발전기인 나는 일상까지 영향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소설 대신 TV드라마 보는 것으로 스스로와 합의했다. TV드라마는 방송을 전제로 하기 때문인지 여러 제약이 있어 상상의 범위가 소설만큼은 아니었으니까... 내겐 그랬다.
요즘 나를 웃게 만드는 건 드라마 '철인왕후'다. 이 드라마도 다른 드라마처럼 중간에 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화제성을 가지고 기사화되는 드라마가 눈에 들어오면 한두 회를 보고, 그 내용이 마음에 들면 앞부분의 줄거리를 찾아 읽고 지금 보는 내용과 이어 맞춘 후 끝까지 보는 게 내가 드라마를 보는 방법이다. 드라마는 종영 후에 전체를 재방송해 주는 채널이 여럿 있기 때문에 그 때 1회부터 순서대로 보는 편이다. '철인왕후'도 앞부분의 디테일한 내용이 궁금해서 아마도 1회부터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역사적인 인물을 차용하다 보니 논란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난 픽션은 그저 픽션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픽션을 사실성의 잣대만을 가지고 재면 세상에서 문학은 존재할 수 없어진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들이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데에는 사실성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인문학 전공자의 어설픈 생각 펼치기, 여기까지만~😏
처음 '철인왕후'에서 나를 웃게 한 것은 중전의 조선에서의 생존기였는데, 어느 때부턴가 최상궁 얼굴만 봐도 입꼬리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최상궁 얼굴만 봐도 그녀 특유의 억양으로 외치는 '아니되옵니다~'가 귓가에서 이미 울리고 있더라는...😂 그녀의 요술경 사랑은 또 어떻고...🤣 이 배우, '사랑의 불시착'에서 보고 표정 덕분에 1점은 먹고 들어가겠구나 했더니 1점만 먹는 게 아니라 표정 자체가 만 점이다. 고지식하면서 성실한 미련퉁이가 보는 관점에 따라 이렇게 웃길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 12회의 내용은 슬펐다. 선과 악의 대립, 특히 악이 득세한 모습 보는 걸 원래 힘들어 하기도 하지만, 불의 앞에서 정의가 무너지는 내용은 픽션임을 알고 봐도 슬퍼진다. 앞으로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철종과 중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한편으론 최상궁에 키득거리면서 마지막회까지 보게 될 것 같다.

#일상으로의초대
#드라마보는동안손은뜨게질
#최상궁의팔자눈썹만봐도푸핫
#철인왕후12회 #철종김정현 #중전신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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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식사시간 전이면 아이에게 뭘 먹고 싶은지 묻는다. 아이의 취향을 존중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은 뭔가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난 딱히 먹고 싶은 게 없기 때문에 아이의 선택에 맞춰 준비하려는 의중이 숨어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이도 나와 똑같다는 것이다. 둘 다 지독히 입 짧은 스타일...😭
어제 새해 첫날 아침에 떡국을 먹을지 물어봤는데 아이가 대답을 안 하는 것이다. 아직 마음에 결정이 안 되었나 싶어서 한참 후에 다시 물어봤는데 또 대답을 안 하고 슬쩍 자리를 피한다. 참고로, 난 같은 질문 두 번 이상 하는 것을 싫어 하는 성격이다. 내가 듣는 것도 싫을 뿐더러 남에게 하는 것도 싫어 하는데, 그걸 참고 두 번을 물어봤는데, 으...😬 떡국을 끓이면 사골국물에 매생이를 넣고 끓여볼까 했기에 준비가 필요해서 묻는 건데, 왜 대답을 안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냉동실에서 매생이 한 덩어리를 꺼내 놓았다.
드디어 새해 첫날인 오늘 아침,
👩:아침에 떡국 먹을 거야? 매생이떡국 끓일까 하는데, 괜찮아?
아이:......
👩:😡 왜 대답을 안 해??? 어제부터 지금까지 세 번이나 물어 보잖아???(유치함 폭발🔥🔥🔥)
아이:😢... 떡국 꼭 먹어야 해요?
👩:아니. 다른 것 먹어도 돼. 보통 새해 첫날 아침에 떡국을 먹으니까 먹을지 물어 본 거지.
아이:성인이 되는 것 싫어요. 떡국 먹으면 한 살 더 먹잖아요...😭😭😭😭😭
👩:얘!!! 나이는 시간 가니까 드는 거지, 떡국 먹어서 나이 드는 거 아니잖아???
아이:아는데... 그래도 싫어요😭😭😭😭😭
이게 이렇게 진지하게 싫을 일인지... 아이의 진지함에 웃음이 삐죽삐죽 나오기도 하고, 한편 안스럽기도 했다. 얘는 세상 이치를 뭐 이리 정확하게 보는지... 5살 때에도 어린이집에서 다른 애들을 보니 동생이 책에 낙서하고 장난감 망가뜨려서 힘들어 한다면서 자기는 동생이 없어서 좋다고 진지하게 말해서 '얘, 뭐지???' 생각하게 하더니, 지금도...🤔 '역시 너의 까칠함은 천성이었구나... 꺾으려 하지 않길 잘 했어.' 생각하게 하는 2021년 첫 아침이었다.
오늘 중 해 먹으려고 재어 둔 소불고기가 있어 익혀서 섬초무침과 함께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떡국떡은 꺼내지도 않았고😂 매생이는 조용히 냉장실에 두고... 불고기를 싱겁게 간 했더니 밥과 함께 김치에 싸 먹기에 딱 좋았다. 아이도 기분 좋게 잘 먹었다, 밥.
'올해 네가 더 많이 행복해 하면 좋겠다.'는 기도로 시작하는 2021년 첫날... 하지만 대답은 한 번에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는 2021년 첫날... 오늘도 일상은 변함없이 흐른다.

#일상으로의초대
#나이먹는게싫다해도나만큼싫을까👉👈
#속으로만궁시렁궁시렁🔥🔥🔥
#소불고기 #매생이 #떡국 #새해첫날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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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하는 천둥 소리가 신호였다. 아이가 창을 열고 밖을 보더니 환호성을 질렀다. 눈이 많이 쌓였고, 지금도 펑펑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나가서 눈을 맞아야지~
다행히 골목엔 아무도 없었다. 잠깐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데도 어깨에 눈이 쌓이고 옷 색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붙었다. 조금만 더 서 있으면 인간눈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실내복 차림으로 달려나간 거라 오래 있기엔 추.웠.다.
골목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밤이라고 생각한다. 추운데 따뜻한 정취가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때... 뭘 더 생각하나, 아름다움은 할 수 있을 때 느끼고 누려야지~

#일상으로의초대
#길다니는분들은미끄러지지않게조심
#내일많이춥다는데그대로얼면도로큰일
#함박눈내리는밤 #낭만가득 #아름다움 #골목밤

풍경 #가로등 #철없는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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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노래들이 주로 Folk여서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노래를 대부분 안다. 내가 아는 그 노래를 자기만의 노래로 만들어 버리는 참가자가 나오면 그 매력 때문에 눈을 떼지 못하고 보게 되는데...
8회를 보면서는 부활의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아 원곡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프트가 부른 'From Mark'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남긴 긴 여운때문에 노래가 끝나자마자 또 듣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보컬 이주혁의 목소리가 주는 매력 때문인 것 같았다. 마법사의 주문에 걸려드는 것처럼 은근하게 홀리게 된다는... 김승주는 표현 방식이 세련되지 않았지만, 음악 바탕에 깔린 그의 가족애 때문에 응원하고 싶은 참가자였다.
노래를 듣는 것만큼이나 이 프로그램을 보고 싶게 만드는 건 역시 심사위원들. 총 5명의 심사위원 중 3명을 좋아한다면 그 프로그램은 그 3명을 보기 위해서라도 봐야 하는 것 아닐까.
이 프로그램에서 김윤아 심사위원은 특유의 똑 떨어지는 면 외에 엄마로서의 촉으로 참가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여 즐 때가 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좋다.
모든 순간이 좋을 수는 없다, 그럴 때 별 것 아니게 지나갈 수 있는 담대함이 있어야 한다는 박학기 심사위원의 조언은 어른스러우면서도 따뜻해서 마음에 와 닿았다. '향기로운 추억',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를 부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이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가수 박학기로서의 모습이 아니어서 더 멋지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부터 좋아하게 된 사람은 넬의 김종완 심사위원이다. 평소 수줍음을 많이 타는 듯 입을 가릴 때가 많고 잘 했다는 칭찬을 할 때에는 참가자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말하는 그이지만, 음악적으로 고칠 점을 말할 때 부드러우면서도 조목조목 예리하게 지적하는 모습에서는 만만치 않은 내공이 느껴져 그를 다시 보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을 품고 있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를 주목하게 되고, 그의 말을 귀담아 듣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면서 느낀 게, 좋은 노래와 진심어린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닦아준다는 것이다. 노래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시 같은 가사뿐만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하는 진심어린 말이 주는 정화효과란 참으로 크다. 내가 아닌 참가자들에게 하는 말임을 아는데도 그런 걸 보면, 경연 프로그램 이전에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존재 가치가 아닐까 싶다.

#일상으로의초대
#Mnet포커스8회노래좋고심사위원좋고
#기프트의이주혁어디서봤나했더니슈퍼밴드에서몽환적인목소리란평을들었던바로그사람
#FolkUs #기프트 #부활 #김윤아 #박학기 #김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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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 마약김밥이 먹고 싶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사람들이 겉만 보고 내가 음식을 깨작깨작거릴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편견이다. 내가 아는 '나'는 입에 맞는 음식 앞에선 제일 먼저 수저를 들고 제일 늦게까지 수저를 놓지 않는 사람이다. 한꺼번에 왕창 많이 먹진 않지만 눈에 안 띄게 조금씩 꾸준히 먹는 스타일...😂 게다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끝내 먹고야 마는 스타일. 먹고 싶은 게 분명한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마약김밥은 단무지와 당근이 들어가는데, 무슨 연유에선지 단무지와 오이가 들어간다고 굳게 믿고 오이를 사 놓은 나.😓 거기에 집에 있는 단무지는 김밥용이 아니라 꼬들단무지. 떡볶이를 해 먹을 때에도, 우동을 끓여 먹을 때에도 꼬들단무지를 함께 먹어야 해서 얼마 전 아예 1kg을 사 놓은 터였다. 원래 마약김밥은 파래김으로 싸는데, 현미와 귀리가 많이 든 밥으로 쌀 거라서 터질까봐 김밥용 김을 준비했다. 여러모로 내 식대로의 마약김밥일 수밖에 없는 상황.
1/4 크기로 자른 김 위에 밥 한 숟가락을 펴고 오이와 단무지를 넣고 돌돌 말면 끝~ 들어가는 재료가 간단하니 속이 가운데 오지 않을까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마약김밥은 겨자장 맛으로 먹는데, 그것도 *뚜기 가스오부시 장국에 연겨자 푸는 걸로 끝~
국은 봄동된장국. 멸치 없이 다시마만으로 기본국물을 내고, 깻잎찜에서 남은 양념을 넣어 향긋하고 담백하면서 칼칼한 끝맛이 있어 좋았다. 덜 짜고 안 맵고 끝맛만 잠깐 찌르르 매우면서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고추지를 좋아하는데, 바로 그걸 찾아 사서 요즘 아껴가며 먹고 있다. 썬 무를 살짝만 말려 불리지 않고 바로 되직한 양념에 버무려 꼬들함과 아삭함이 둘 다 살아있는 무말랭이무침도 요즘 최애반찬.😋 둘 다 오늘의 마약김밥과도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김밥도 그렇지만 마약김밥도 먹다 보면 평소의 밥양보다 많이 먹게 된다. 이 점을 노리고 아이 좀 많이 먹게 하려고 했는데, 오늘 나만 과식했다. 내가 먹고 싶어 만든 거라 당연한 결과인가...

#슬기로운식생활
#내식대로마약김밥무말랭이무침봄동된장국내가했는데도맛있어
#간단하고맛있는겨자장만들기 #고추지취향확실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