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돌아가고 싶고 그리워질 과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즐기고 누려야 한다는 것,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불안과 초조,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미리 하는 걱정이 만드는 부조화다.
늘 그렇지만, 이럴 때 나는 말이 줄어든다.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뻔한 머리로 생각해봤자 거기서 거기일 뿐인데,
차라리 그런 때에 기도나 하지, 하는 생각은 이제서야 든다...ㅠㅠ
이래서 글 쓰기가 필요하다.
써 봐야 정리가 되니...
오늘은 베란다에 볕이 좋아 이불도 번갈아가며 내다 말렸다.
많이 모이지 않았지만 빨래도 해서 널었다, 오랜만의 볕이 아까워서...
그러고도 그냥 버려질 볕의 따스함에 나도 내다 말렸다.
밖은 바람이 부는지 가끔 창이 덜컹거렸지만,
베란다는 따스한 볕만 가득 쏟아져 들어와 볕 쬐기에 좋았다.
우울에 특효약은 이런 햇볕에 나를 맡기는 것이기에
어차피 읽을 성경, 베란다에서 읽기로 한 것...
온몸이 기분 좋게 따뜻해서 꼭 누가 안아주는 느낌.
괜찮아, 하고 다독여주는 느낌.
위로의 햇볕이었다.
해가 넘어가고나서는 겨울차를 끓이고 있다.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질 계절이 되면
가지고 있는 재료 이것저것을 넣어 겨울차를 끓여 마신다.
소위 생수는 물냄새(나만 느끼는 걸지도...ㅠㅠ)때문에 자주 마시기 어려운데
입맛에 맞는 차는 오히려 물처럼 마실 수 있어서 좋다.
오늘 끓이는 차에는 배, 대추, 계피, 진피가 들어갔다.
배는 깎아먹고 남은 껍질과 조각들을 넣었다.
대추는 몇 년 전에 '맛있는 대추'라며 선물 받았던 걸 넣었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 이렇게 안 먹으면 도대체 대추를 소비할 길이 없다.
계피 역시 몇 해 전에 한아름 사서 가지고 있던 것을 넣었고,
진피는 무농약 귤을 사 먹고 남은 껍질을 말려두었던 것을 넣었다.
이런 것들 때문에 냉동실이 늘 만원인 터라
겨울에 이렇게 차라도 끓여 마셔서 냉동실에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ㅎㅎㅎ
사과 껍질도 있으면 넣어 끓이는데,
요즘은 아이도 사과를 껍질째로 먹는 것에 익숙해져서 껍질이 나올 일이 없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지라도 몸은 일상을 충실히 살아야 할 텐데...
예민한 아이의 더듬이에 '나'를 들키지 말아야 할 텐데...
어렵다...
'일상적인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때가 되니 올 게 오는구나. (0) | 2016.03.28 |
---|---|
토르티야 30장 구운 이유 (0) | 2016.02.29 |
벼락치기 한 날. (0) | 2016.01.30 |
때가 되면 간다. (0) | 2016.01.26 |
시간이 가니... (2) | 2016.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