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하고나서 1월은 무조건 놀기로 마음 먹었다.
'일'은 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쉬기로...
뭘 어떻게 하자고 마음 먹지도 말고 계획하지도 말고 그냥 놀자고,
그렇게 작정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이라고 쓴 것처럼
그렇게 하는 것조차도 내게는 '일'이었던 것이다.
한참 논 것 같은데 달력을 보니 일 주일이 지났을 뿐이었다.
얼마나 일에 쫓겨 살았으면 일 주일도 마음 놓고 놀지 못한단 말인가 하면서
혀 끌끌 차다가
빈둥거리면서 먹고 놀고 하다보니 또 일 주일이 갔다.
'먹고 놀고'라고 쓰긴 했지만
나 좋아서 하는 것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동치미 담고, 핫케잌 굽고, 뜨개질 하고, 바느질 하고 등등은 신나게 했다.
동네 도서관에서, 그 동안 읽고 싶었던 책도 빌려다 보고 있고,
청소, 빨래, 설거지, 장 보기 등 기본적인 집안일은 '일'이 아니니까
날마다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만 안 한 거네. 그게 제일 필요한 일인데...ㅠㅠ
놀다 보니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간다는 게 더 실감이 난다.
'때가 되면 간다'는 말이 제일 딱 들어맞는 것은 시간...
그걸 알기에 이렇게 빈둥거려도 지루하지 않은가 보다.
다시 바빠지면 이 시간이 그리워질 걸 알기에
초조해하지 않고 잘 누리기로 마음 먹었다.
이 시간도 때가 되면 간다.
때가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