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하늘에 유난히 많이 보이는 별...
바로 어제였다. 빨래를 널려고 베란다에 나갔는데, 까만 밤하늘의 한 부분에서 네다섯 개의 주황색 별이 반짝이는 게 한눈에 확 들어왔다. 평소에는 별 하나 찾기도 어려운 것이 서울의 밤하늘 아니던가. 내가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아 '잠을 못 자서 헛 것이 보이나...?' 아니면 '천천히 가는 비행기의 불빛이 별처럼 보이는 건가?' 싶어 아이를 불러 밤하늘을 보게 했더니 아이도 놀란다. 오늘따라 별이 많이 보인다고...
빨래 너는 것은 뒷전으로 밀렸고, 한참을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낮에도 하늘이 유난히 맑더니 그래서 밤에도 별이 더 잘 보이나, 어쩌면 저렇게 예쁘게 빛날까, 저 별은 얼마나 멀리에 있는 걸까, 저 별 빛은 도대체 얼마나 오래 전에 출발한 걸까, 내가 지구에 존재하기 전에 출발한 빛일 지도 모르겠네,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이 시간 서울에 있다고 다 저 모습을 보지는 못할 텐데 나는 참 운이 좋구나, 이런 생각도 했다. 언제 또 서울에서 저렇게 선명하게 빛나는 별을 많이 안고 있는 밤하늘을 보겠는가. 이 좋은 모습을 아이와 함께 보아서 더 기뻤다.
2. 매직 아워 직후 빠르게 어두워지는 하늘...
오늘은 일이 많아 평소보다 한참 늦게 퇴근했다. 그래서 퇴근하며 매직 아워를 맞이했는데... 일터를 나설 때에는 분명 낮과 다름없이 환했는데, 집에 가까워지자 부쩍 어두워진 하늘... 성큼 성큼 내려앉는 저녁어스름은 늘 나를 무장해제 시킨다. 마음 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되는 일렁거림은 분명 내 의지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이름 그대로 '매직 아워'가 맞다.
3. 서늘하고 습한 산 냄새...
일터 바로 뒤에 낮은 산이 있다. 출근할 때 전철역에서 일터까지 10분 남짓 걸어가는데 그 한쪽 옆도 산이라서 산에서 나무 냄새, 풀냄새가 시원한 공기에 섞여 내려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잠에서 반만 깬 채 출근하는 나를 확 깨우는 냄새도 바로 그 시원한 나무 냄새, 풀냄새니까... 그런데 이렇게 확실하게 '서늘하고 습한 산 냄새'를 맡은 적은 없었다.
논과 밭과 산이 가까이에 있는 시골로 엠티를 간 어느 저녁, 문을 열면 확 쏟아져 들어오는 그 냄새... 주변의 온갖 풀 냄새, 나무 냄새, 흙 냄새, 물 냄새, 심지어 축축한 습기 냄새까지 섞여서 만들어낸, 뭐라 규정 지을 수 없는 제3의 그 냄새... 딱히 무슨 냄새라고 말하기 어려워 낯설기도 하면서, 그러나 엠티 때면 늘 맡아서 익숙하기도 한 그 냄새... 나는 그 서늘하고 습한 냄새를 '산 냄새'라고 뭉뚱그려서 부른다.
오늘 퇴근한다고 일터를 나서자마자 내가 만난 것은 바로 그 '서늘하고 습한 산 냄새'였다. 오랜만에 절친을 만난 기분이 딱 그랬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산 쪽을 휙 쳐다 보았고, 콧구멍을 크게 열고 심호흡을 했다. '아, 기분 좋아!' 라는 느낌이 뇌에 전달되기도 전에 몸이 먼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일터에서 전철역까지의 10분 동안 그 산 냄새를 친구 삼아 걸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오늘 내가 매직 아워의 저녁어스름에 그나마 덜 흔들렸다면 그 것은 다 이 산 냄새 덕분이다. 산 냄새를 맡자고 매일 늦게 퇴근할 수도 없고, 어쩐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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