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한동안 잘 먹어서 몸무게가 좀 늘었네 싶으면 이렇게 호되게 한번 아프다.

금요일 밤에 갑자기 위경련이 왔다.

이제는 아프면 딱 안다, 어디가 아픈지, 병명이 뭔지...

얼마나 자주 겪었으면...

응급실에 가야 할 상황이라는 것도 안다.

응급실에 가서 항경련제 주사 맞으면 바로 이 통증에서 벗어난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가지 않았다.

다음날은 아이 영재원 수업이 있는 날이고,

그 밤중에 내가 응급실에 가게 되면 아이의 수업에 지장이 있을 것이 분명해서,

미련하게도 그냥 참았다.

그렇게 앓느라 밤을 새고 맞이한 토요일.

다행히도 아침이 되니 통증이 오는 주기가 좀 길어져서

모든 힘을 끌어모아 아이를 영재원에 데려다주고 병원에 갔다.

이렇게 아플 때면 늘 가는 가정의학과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도

거기까지고 갈 힘이 없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처음 가는 내과에 갔다.

깐깐해 보이는 여자 의사는

응급실에 가야 할 상황이라면서 극단적인 말만 내뱉고는 '가세요.'로 진료를 끝냈다.

화를 낼 기운조차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더 다행스럽게도

그 의사가 안 맞을지도 모른다며 처방해 준 약이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이름도 안 알려준 채 맞으라고 했던 주사가 직방이었는지

집에 와서 약 먹고나서는 낮 내내 배고픔도 잊은 채 푹 잤다.

주사는, 쇼크 부작용이 있어 맞으면 안 되는 주사가 있기에

아쉬운 내가 먼저 간호사에게 이름을 물었고,

위험한 주사가 아니어서,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대로 항경련제여서 맞았다.

의사나 간호사나 환자가 맞아도 되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

내가 먼저 확인하지 않았다가 무슨 일 생겼으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자고 일어나니 조금 기운이 나서 죽도 먹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사 온 건 내 머리의 두 배만한 큰 양배추 한 통.

마침 동네 마트에서 싸게 파는 중이었다.

다른 때같으면 이걸 사서 언제 다 먹나 싶어 안 샀을 텐데,

지금은 이 한 통도 모자를 지도 몰라 하는 마음으로 샀다는...ㅎㅎㅎ

오늘까지 내내 흰 죽과 양배추만 먹고 있다.

잠 안 자면서 혹사시켜서 미안해, 얼른 나아 하며 위에게 사과하는 마음으로...

요 근래 몇 주 동안 잠을 너무 못 잤다.

그래도 잘 버틴다 싶었는데 결국 탈이 난 것이다.

내 몸을 소중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려고 이렇게 직접 겪게 하시나 보다 반성하고 있다.

기계가 아닌데... 너무 무리했다는...

일찍 자야 겠다고 쓰려고 했는데 벌써 새벽 1시...ㅠㅠ

지금이라도 자야지.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