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어제 저녁의 일이었다.

아이 말이, 자기 한쪽 눈이 부은 것 같단다.

내가 보기엔 양쪽 눈이 똑같은데, 아이는 자꾸 아니란다.

한쪽이 부어서 감았다 떴다 하기 불편하고 눈 아랫쪽은 만지면 아프기도 하단다.

흠...

이미 어두워져서 병원 문 닫은 시간이고 위급한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일단 내일까지 지켜보자고 했다.

내일 나아질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 아침, 아이에게 물어보니 어제와 같단다.

자세히 보니 한쪽 눈 아래가 조금, 아~주 조금 부어있긴 했다.

그래서 학교 다녀온 후에까지 지켜보고 병원 갈지 결정하자고 했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현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아직도 눈이 불편하다고 했다, 으이구...

안구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 아래가 안 좋다는 거여서

무슨 과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안과에 가기로 했다.

안과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 그때 다른 과 알아보는 걸로...

진료 결과,

한쪽 눈 아래가 불편한 것은 다래끼가 생기려고 막 그러는 참이어서 그런 거란다.

다래끼가 생기기 시작한 것도 아니고,

막 시작되려고 하는 걸 그 전에 아이가 먼저 느낀 것이다. 헐...

역시 온우주에서 가장 까칠한 녀석!!!

그래도 예민한 아이답게 문제가 시작되기 전에 알아채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늘은 아이의 예민함이 빛을 발하는 경우가 아닐 수 없다.

겉보기엔 말짱한데, 안약 2개에 연고 1개, 내복약까지 한 봉지 가득 약을 안고 돌아온 길.

이럴 땐 네가 까칠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ㅎㅎㅎ

 

사실...

나는 아이가 까칠하고 개성적이어서 좋다.

정말 그렇다.

내 아이여서 좋은 게 아니라 그냥 한 사람으로서 좋다. 

나는 이래도 예스, 저래도 예스인 예스맨은 정말 흥미 없어 하니까...

하지만 문제는 이런 내 취향이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닫힌 사회에서 이런 개성적인 성격이 용인될 수 있을지 생각하면

염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그 동안의 아이의 학교생활을 통해

아이와 같은 성향을 대하는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의 오해와 선입견, 편견이 어떤한지 겪어봤으니까....

당장 새 학년에 아이가 만나게 될 담임선생님, 학급 아이들부터 걱정 중이다.

제발 작년처럼 아이를 이해하고 인정해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

아이를 '보통 사람'의 틀에 가두려고 이리 재고 저리 재어 비난하고 평가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두어주길, 차라리 관심 가지지 말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말도 안 되는 바람 같지만, 2월에 내가 기도 중인 가장 큰 제목이다.

 

힘내라, 이 세상은 너의 땅이다.

내가 항상 너의 뒤에 서 있다.

올해도 작년처럼 당당하게 반짝반짝 빛나라, 화이팅!!!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