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이제는 투병일기를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날은 덥고, 팔의 통증은 덜해지지 않고,

그래서 삶의 질은 바닥에 내려앉았고...

해서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 동안의 치료과정을 정리해보았다.

 

4월중순-6월초:동네 정형외과에서 치료-건초염으로 진단--->효과 없음

6월중순-7월초:한의원에서 치료-오십견으로 진단--->팔 움직임에 효과 있으나 통증 여전함

 

무엇보다 통증이

참고 참았으나 생활에 지장이 있을 지경이라

최후의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소위 '큰병원'에 가는 것.

어깨 질환에서는 나름 유명한 의사인데,

휴가철이라 그랬는지 바로 예약하고 진료를 빨리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고 간 것인데,

검사 결과를 봐야 확진할 수 있지만 어깨충돌증후군일 것이란다.

당장은 진통제로 통증을 줄인 상태에서 하는 운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란다.

치료하는 과정에서 병원에 대한 신뢰가 없어진 터라

그 의사의 처방에 대한 믿음이 50%정도였는데,

집에 와서 어깨충돌증후군을 검색해보니 증상이 내 증상과 똑같고

이번에 처방 받은 진통제를 먹어보니 통증이 확 줄어들어

그 의사의 진료에 대해 믿음이 생겼다.

 

건초염--->오십견--->어깨충돌증후군으로 달라져온 진단명...

그 과정에서 동네병원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내가 처음에 갔던 그 동네병원, 그래도 이 동네에서 30년이 넘은, 환자 많은 병원인데...

진료 받으러 다니는 동안

내가 그렇게 약이 안 듣는다고, 물리치료도 효과 없다고 이야기해도

내가 이상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치료 방법을 바꾸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아픈 부위 초음파만 해도 정확한 진단명이 나온다는데,

초음파 한 번을 하지 않더라는...

이래서 사람들이 '큰병원'을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원에서의 치료에 대해서는 불만 없다.

한약 두 번 지어먹느라 큰 돈이 들긴 했지만

치료 받으면서 통증이 조금 줄었고 팔의 움직임도 조금 부드러워졌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구체적인 운동 방법을 제시해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오십견, 어깨충돌증후군, 회전근개파열은 어차피 혼동하기 쉬운 어깨질환들이라는 걸

앓는 동안 어깨질환에 대해 공부하면서 알았으니까

오진을 했다고 한의원을 탓할 마음은 없다.

 

이번에 앓으면서 한 생각이,

이번 기회에 AS를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이후의 삶에 토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깨충돌증후군은 노화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서 나타나는 질환이란다.

생각해보면 나의 오른팔은 지난 20년 동안 왼팔보다 10배 이상의 일을 해오지 않았는가?

이제 AS를 한 번 할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통증이 심할 때마다 아픈 부위를 주무르면서 말한다,

"고마워. 그 동안 고생했어."

 

당장은 진통제 먹으면서 운동치료를 열심히 해 볼 생각이고,

앞으로 큰병원에서 제시하는 치료방법대로 해 보려고 한다.

한의원에서 지어온 한약도 끝까지 먹을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내 몸을 아끼는 마음, 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일상적인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나를 위로한 건 김작가의 대사  (0) 2017.09.18
내가 가장 아플 때는...  (0) 2017.08.14
올 여름은...  (0) 2017.07.25
요즘 아이와 나는...  (0) 2017.06.25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  (0) 2017.05.23
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