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3년째다, 아이가 학교 대표로 과학탐구발표대회 교육청대회에 나간 게.

그런데 2년 동안 아이는 혼자 그 대회에 갔었다.

오늘(이젠 어제), 학교에서 조퇴하고 대회에 참여하는 아이와 동행하는 내내

표현하지 않았지만 나는 너무나 미안했다.

오늘 가 보니,

초등학생, 중학생 할 것 없이 아이를 따라온 엄마가 얼마나 많던지...

발표 순서를 기다리며 대회 포스터 앞에 아이를 세워놓고 사진 찍는 엄마들을 보며,

'내 아이는 이 시간 동안 혼자 있었겠구나, 2년 동안이나...' 생각하니

애써 모른 척했던 아이의 외로움에 새삼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 내가 그 동안 직장생활을 잘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아이의 이런 희생 위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몰랐던 사실이 아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하고나니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미안했다.

봄, 가을로 학교 대표로 뽑혀서 혼자 교육청대회에 참여하면서

아이는 이런 상황에 대해 한번도 불평하거나 나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

내게는 늘 괜찮다며 덤덤하게 표현했지만 아마 괜찮지는 않았을 것이다.

너무 뛰어난 아이를 키우기에 난 늘 부족한 엄마였다는 것,

그래서 아이 혼자 감당해야 할 현실의 무게가 무거웠을 거라는 사실,

알고 있다.

그 사실이 늘 나를 아프게 했다.

과학탐구발표대회 교육청대회는 퇴근하자마자 달려가면 끝나는 시간 직후라

발표를 끝내고 나를 기다리던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고,

그게 내가 한 전부였다.

발명왕대회 교육청대회는 그나마도 시간이 안 되어

아이가 혼자 참여하는 수밖에 없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를 둔 아이의 외로움이 증폭되는 때는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

오늘, 대회장에서 아이의 발표가 끝나기를 기다려보니 그것만으로도 긴장되던데,

모든 과정을 혼자 감내했을 아이를 생각하니 안스러움만이 가득했다.

하나님은 왜 나같이 부족함 많은 엄마에게 너를 보냈을까?

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엄마였다면 너는 지금보다 더 잘 했을 텐데...

그저 같이 있기만 해도 좋아하는 너인데...

복잡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집에 온 후 긴 낮잠을 잤다.

깨어나니 밤이었지만 그러고 나니 머리도 마음도 좀 정리가 된다.

 

사실 더 중요한 건 오늘이다.

나의 부족함이 아이의 앞을 가로막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아마 나의 간절함이 아이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쉽지 않았던 아이의 중학교 생활 3년...

하나님께서 좋은 열매, 풍성한 열매로 위로하고 복 주시길 간구 드린다.

아이가 자신의 달란트를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해주시길...

부족한 나대신 하나님께서...

내가 더 이상 미안하지 않게... 마음 아프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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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