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간고사 끝난 아이가
시험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고 혼자 쇼핑몰에 가서 놀다 오겠다고 해서 보냈다.
시험 전부터 이야기한 것이라 웃으며 보냈는데,
아이가 태어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정말 그렇게 하고 싶냐고, 왜 그러고 싶냐고 두 번씩 물어봤었다.
평소엔 집 앞 슈퍼에 혼자 다녀오는 것도 망설일 정도로 소심한 아이라서...
믿어지질 않아서...
시험 끝나면 PC방 가고 자기 옷 자기가 사러 다니는 요즘 또래와 너무 다른 아이라서
내가 그 동안 내 아이에게 너무 적응 되어 있었나 보다.
쇼핑몰에 혼자 가겠다는 정도로 놀라다니...
그냥
그 사이에,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이가 또 한 뼘 자랐나 보다 생각하기로 했다.
아님
이렇게 내게서 한 발짝 떨어지는구나, 이렇게 세상에 한 발 더 담그는구나 생각하기로...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가 꿈이었는데 하지 못했다.
둘이 비행기 타고 한참 가서 낯선 나라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해질녘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아! 좋다!!!" 하는 것도 꿈이었는데
하지 못했다.
아이가 놀러간 동안 혼자서
'우리는 그 때 그 많은 날들을 뭘 했을까?'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그 때
아이는 공부하고 책 읽고 실험하는 것만 열심히 했고,
나는 그런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먹여살리겠다고 일과 고민만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이었다.
100미터 달리기 할 속력으로 마라톤 코스를 뛴 기분...
그래서 지금 쉼이 필요한가 보다.
다시 팔이 아파지니 자꾸 돌이켜보게 된다.
아닌가, 가을이라서 그런가...?
조동진 노래를 듣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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