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올 가을은 일찍 찾아올 거라지.

가을추위가 길 거라지.

그러면 차라리 겨울이 일찍 왔다고 생각할까 한다.

언젠가부터 내게

가을은 앓는 계절이다.

마음이 어디에도 안정적으로 발을 디디지 못하고

구름처럼 부유하는 느낌.

가끔씩 그런 느낌인 것은 나쁘지 않으나

한 계절 내내 마음이 그런 상태인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출근하는 아침 전철에서 창 밖 풍경에 넋을 놓는 것, 곤란하다.

일터에 가야 하니까...

그냥 이거 타고 끝까지 가 버릴까 하는 충동적인 생각, 역시 곤란하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해야 할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야.'

심호흡을 하고는 씩씩하게 일터로 향한다.

그리고는 퇴근시각, 파김치가 되어 일터를 나설 때까지

쉼 없이 일한다.

작년에도 그렇게 일에 파묻혀 이 계절을 모른 척하며 보냈다.

올해도 그렇게 보내게 될까?

모르겠다, 인생은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찾아오는 대로 맞이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힘들면 힘드는 만큼

그냥 겪으면 된다는 것.

때가 되면, 그러면 어떤 것이건 결국 지나간다는 것.

이제는 아니까...

가을이 와도 걱정하지는 않는다.

살랑이는 바람에 나를 맡기면 된다.

기분좋은 바람이 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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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