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쟁이의 다락방

힐링

일상적인 수다 2013. 9. 10. 01:29

몸도 마음도 피곤했던 하루. 뭐 이런 월요일이 다 있나 싶게...

 

뉴스가 막 시작될 즈음, 까무룩 잠이 들었나 보다.

잠결에도 내내 TV 소리를 들으면서

'저걸 꺼야 하는데... 꺼야 하는데...' 하면서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한잠을 제대로 자야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잠을 제대로 자고 일어난 게 이 시각이다.

혼자 떠들고 있던 TV부터 끄고

자기 전에 했어야 했던 집안 정리를 이제야 하느라

이 방, 저 방 사브작거리며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모든 게 낯설다.

아... 아직 정신이 다 돌아오지 못했구나...

샤워하고 나니 정신은 좀 또렷해진다.

그러나 마음은...

 

뭔가 위안이 필요해.

다시 TV를 켰다.

케이블TV에서 드라마를 하고 있다.

이것, 본방을 챙겨보는 유일한 드라마인데...

이번에 보면 세 번째 보는 건데...

그래도 본다.

왜냐 하면 위안이 필요하니까.

주군을 빗댄 도자기 이야기,

염소와 늑대 이야기,

달달한 강사탕 이야기,

레이다와 방공호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윤미래의 그 목소리...

세 번을 보니 모든 비유가 완벽하게 이해가 되네.

난 이렇게 비유적인 대사가 많은 드라마가 좋다.

머리 쓰게 만드니까...

그리고 계산할 필요조차 없어보이는 남녀가 밀당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설레이게 만드니까...

이 설레임이 좋아서 드라마를 보게 된다.

실제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이렇게 설레임을 주는 사람이 좋다.

내가 인간을 좋아하는 유일한 이유다.

강해 보이는 그 누구도 사실은 손 잡아주고 싶도록 약한 구석이 있다는 것...

꼭 껴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진심어린 눈물 한 방울은 가지고 있다는 것...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드라마에 집중하다 보면

현실에서 받은 상처에 조금은 둔감해진다.

이것도 힐링이라면 힐링이겠지.

완전히 치유받지는 못하지만...

다 똑같은 인간인데 누가 누굴 치유하겠어...

 

다시 잠들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하나,

쌀 주문하기.

식구는 적지만 쌀은 20kg씩 사다 놓고 먹는데,

식구가 적은 데다가 현미와 섞어 먹으니 20kg 한번 사면 한참 먹는다.

햅쌀 나올 시점에서 쌀이 떨어져서

이번에는 맛있는 쌀을 사게 된 셈.

요즘에는 집에서 컴퓨터를 좀 오래 들여다 보고 있으면 울렁거린다.

일터에서 수업 외의 시간엔 내내 컴퓨터에 코 박고 있다 와야 해서 그런가.

컴퓨터울렁증이라니...

어찌 되었건 오늘은 주문해야 한다. 불끈.

 

나이 들었어도 소지섭, 저 사람은 참 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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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랙커피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