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Cwas_7H5KUs>
대학생 시절 스산한 바람이 불던 어느 가을 오후가 떠오른다.
그 시절 즐겨들었으니까...
집 근처 전철역에 내려 짧은 건널목을 건너면 레코드가게가 있었다.
카세트테이프와 CD를 주로 팔던 가게였는데,
주인아저씨의 음악적 취향이 나와 비슷했던 것 같다.
건널목을 건너기 전부터
레코드가게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음악에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다.
모르는 음악인데 너무 좋아서
음악이 끝날 때까지 가게 앞에 서 있던 적도 많았다.
글렌 굴드의 연주곡들도 그러면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들으니 그 때 그 느낌들이 영화 한 편처럼 흘러 지나간다.
어제 갑자기 너무 많이 걸은 탓인지, 아니면 자는 동안 기온이 떨어져 추웠는지
밤새 뒤척였다.
아침 알람소리에 일어나긴 했는데 눈이 떠지질 않았다.
1초에 벌벌 떠는 출근하는 아침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몸과 마음과 영혼이 전반적으로 다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아침 준비해서 먹여 아이를 등교 시켜놓고
성경부터 펼쳤다.
영혼의 컨디션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아서...
이어서 읽고 있는 부분이 에스겔이라 내용이 마음에 확 와서 박히지는 않았지만
숙제하듯 읽었다.
형식적이고 관습적일지라도
이렇게 읽는 말씀의 1%라도 스며든다면 오늘의 내 영혼에 도움이 될 것을 경험으로 알기에...
몸도, 마음도 오전이 다 가도록 나아지진 않았다.
그러나
하교한 아이로부터 본선대회 결과 과학전람회에 출전할 기회는 얻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자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어
궁금해 하고 있던 다른 대회의 결과는 12월이나 되어야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있던, 재발급 신청한 신용카드를 받고,
조금이라도 힘을 내 보려고 하용조 목사님의 목소리를 듣고,
간식을 먹으며 종알거리는 아이의 학교 이야기를 한 식탁에 앉아 듣고...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더 마음이 편해졌다.
고질병인 월요일 아침의 불안함은 출근이 이유가 아니었나 보다.
아니면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
월요일 아침이라는 조건에 자동적으로 반응했는지도...
해가 기울면서부터 글렌 굴드의 연주를 듣고 있는데, 편안하고 다정하다.
"다 괜찮아."하고 말해주는 따뜻한 위로 같다.
아... 가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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