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는 정말 길었다.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어도 힘든 하루였을 텐데,
힘들게 힘들게 간신히 진행된 탓에 하루종일 이를 악물고 지냈다.
'도대체 이 일에 담긴 하나님의 뜻은 뭘까?' 생각하는 것이
어제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스펙타클한 하루였기에 시간도 없고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
아침식사 이후 약간의 물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이삿짐을 새 집에 다 들여놓은 시간이 저녁 9시가 다 되었을 때였다.
짐을 제 자리에 놓은 것도 아니고 그저 집 안에 들여놓기만 한 시간이
그랬다는 것이다...ㅠㅠ
내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내가 이사업체 운이 없는 건지
이사를 할 때마다 거짓말쟁이 이사업체를 만나는 것 같고, 마음에 든 적이 없다...ㅠㅠ
폭탄 맞은 것 같은 집을 두고 나와 늦은 저녁으로 사골곰탕을 사 먹었는데,
밥알이 넘어가지 않아 나도 모르게 곰탕 국물만 먹고 있었나 보다.
원래 국은 국물 안 먹고 건더기만 먹는데...
보다 못한 아이가 억지로라도 밥을 먹어야 한다고 걱정할 정도였으니...
새로 이사한 집에서 보내는 첫날인 어젯밤은
'내 몸이 내 몸같지 않다'는 말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엊그제부터 계속 춥더니 어젯밤에는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게 온몸이 감각이 없었다.
하루종일 너무 많이 뛰어다녀서 그냥 몸이 힘들어서 잠이 들었다.
늦게 잤는데 그러고도 오늘 아침에 6시도 안 되어서 잠에서 깼다.
아이 덕분에 이른 기상이 몸에 뱄나 보다.
잠에서 깬 후 가만 생각해 보니
'과연 그 날이 올까?' 싶은 이삿날이 어제였고,
울고 싶을 정도로 힘든 하루였지만 어쨌든 그 하루가 갔고,
나는 새 아침을 새로운 집에서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Exodus를 한 마음이랄까.
여전히 춥고 몸 여기저기가 슬슬 아파와서 얼른 종합감기약부터 먹었다.
그러고 나서 새 집에서의 첫 집밥을 먹었다.
새 집에서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이삿날 아침에 미리 준비해 둔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니 이 집이 우리의 아지트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전의 집보다 좁아졌지만 우리가 원했던 대로 아파트가 아니어서 좋고,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동네여서 좋고,
무엇보다 아이가 학교에 지각할까봐 아침마다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고
수업이 끝나면 교통정체가 시작되는 퇴근시간 전에 집에 오기 위해 종종거릴 필요도 없고
오롯이 학교생활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나도 전보다 일터에 출퇴근하기 편해져서 좋다.
아침, 오후로 한강을 바라보는 일상이라니...
오늘은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걸어서 서울역과 남대문시장에 다녀왔다.
늘 버스를 한참 타고 가야 도착할 수 있던 곳을 산책하듯 걸어서 가다니...
내 생활의 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절감했다.
이 동네에 집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동안 지경을 넓혀달라는 기도를 했었는데,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셨고 오늘이 그 첫날인 것이다.
섞여있는 이삿짐을 다시 분류하여 정리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려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되는 대로 하기로...
어젯밤에는 잠 잘 공간을 마련해야 해서 침실의 짐부터 정리했다.
오늘은 오전에 욕실을 정리했고,
그 와중에 문틀에 수리가 필요한 곳을 발견하여 백시멘트를 개어 바르기도 했다.
오후에는 주방 정리를 완료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힘들었다.
아... 이사를 하기로 한 이후 '힘들다'는 말이 입에 달린 것 같다...ㅠㅠ
이제는 이사 왔으니 '힘들다'는 말은 그만 해야지.
아무도 아는 이 없고 동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완전히 새로운 동네여서
서울 온 시골쥐마냥 여기저기 어슬렁거리게 될 것 같다.
여기 사는 동안 감사하고 기쁜 일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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