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에 살기 전, 아이 등교길에 학교 앞까지 데려다 주고, 아이가 기숙사에 있는 동안은 오후나 저녁시간에 아이를 만나러 학교에 가면서, 그렇게 3월 내내 아침, 저녁으로 N타워를 보면서 한 생각이 '이 동네에 살면 N타워를 실컷 보겠구나.'였다. 아침에는 새소리와 나무냄새가 묻어있는 공기를 배경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N타워가 마치 한 그루 나무 같아 좋았고, 저녁에는 온갖 조명으로 반짝거리는 N타워가 보석기둥 같아 보여서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걸 실컷 볼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설렜다.
그런데 이 동네에 이사온 후 현실은, 아침에는 출근하느라 바빠 N타워를 쳐다 볼 여유가 없고, 퇴근하면서는 헤매지 않으려고 길만 보며 가다 보니 N타워를 쳐다보지 못하고 있다. 퇴근길이 설레기는 하다. 이사를 왔다는 게 아직도 실감나지 않아 집까지 잘 찾아가기 위해서 아직도 긴장하며 집까지 가고 있느라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만한 폭좁은 꼬불꼬불한 골목이 미로처럼 도처에 있는 동네. 두리번거리느라 다른 골목으로 접어들어 버리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될까봐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두렵다기보다는 재미있기도 하고, 아직도 그런 골목이 살아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기도 하다. 하지만 무사히 집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개 들어 N타워를 바라 볼 여유까지는 아직 가지지 못했다. 고개만 들면 바로 눈 앞에 딱 보이는데도...
내일 출근길에는 꼭 N타워를 봐야겠다. 아침 바람을 타고 퍼지는 옅은 소나무 냄새도 킁킁거려봐야겠다. 저녁에도 반짝거리는 N타워를 봐야지. 지금 봐도 3월 그 밤처럼 설렐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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