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달 동안 본의 아니게 열과 성을 다해야 했던 업무가 지난 주 금요일로 끝났다.
일터에서 오늘,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도움 주셔서 고맙다는 전체 쪽지를 보내니
내가 더 고생했다며 위로하는 쪽지가 우루루 온다.
뭐 이런 감격스런 풍경이 연출될 줄은 몰랐는데...
하긴, 내가 이번에는 좀 고생을 하긴 했지, 그것도 다른 사람들때문에...ㅎㅎㅎ
내 일 아니라고 나 몰라라 하지 않고 내 일처럼 최선을 다 하니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알아주는구나 싶어 조금 찡했다.
내가 열과 성을 다해야 했던 그 업무가 없는 오늘,
일터 계단을 올라가며 나도 모르게 "아이고, 시원해라~"하고 소리질렀다.
2. 사실 그 업무가 끝난 지난 주 금요일 저녁부터 어젯밤까지 시원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까지 불사해가며 여러 사람을 번거롭게 하고 힘들게 하려는 이를 오랜만에 만났다.
모른 척하고 그 번거로움과 힘듦을 감수해줄 수도 있으나
끝까지 거짓말로 나를 속이고 이용해 먹으려 드는 것이 괘씸해서 그러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부장님께 진실을 다 알렸다.
이 진실은 일터에서 이 일과 관련된 윗분들과 부장님, 그리고 나만 모르고 있었을 뿐
우리를 제외한 다른 모든 이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나도 그들로부터 듣고 알았다고...
그들이 우리를 얼마나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았을지 생각하니 어찌나 기분이 나쁜지...
게다가 그 사람은 우리를 얼마나 바보로 보면 곧 들통날 거짓말을 그렇게 뻔뻔하게 한 건지,
그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나빠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가 개인적인 감정을 못 이겨 일을 크게 만들지는 않을까 싶어서
주말 내내 기도하며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대로 부장님도 그 사람의 거짓말을 완전히 믿고 계셨었다.
나보다 더 순진하신 분인지라...ㅠㅠ
우리는 그 사람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주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은 우리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비리'인지라...
이틀 내내 기도하고 고민하던 말을 부장님께 쏟아내고 나니 어찌나 시원한지...
일터 계단을 올라가며 "아이고, 시원해라~"하고 소리지른 두 번째 이유다.
오늘도 그 사람은 우리가 자기한테 완전히 속아넘어간 줄 알고
빵이며 간식거리를 우리 부서에 돌렸다, 보나마나 뇌물...
다음엔 그래야 겠다, "뇌물치곤 너무 약한데요?"라고...
주는 것은 다 받고(오냐 하면 우리가 달라고 한 적 없으니까...)
중요한 그 순간이 왔을 때 우리가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을 밝히고
1%의 비리도 용납하지 않고 원칙대로 일을 처리할 생각이다.
남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다른 사람의 피땀을 우습게 아는 자의 말로는 그러한 것이다.
왜 자기의 시간과 노력만 귀하고 남의 시간과 노력은 귀한 줄 모르는 걸까, 살 만큼 산 분이...
어쨌든 오늘 하루 나의 기분은 "아이고, 시원해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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